암 치료를 목적으로 바이러스를 유전적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인류가 전멸하고, 가까스로 살아남은 사람들은 좀비로 변한다는 이 영화는 코로나19의 창궐과 함께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그런데 이 좀비는 꼭 인간만 된다는 법은 없나 봅니다. 에너지, 자원, 주택, 공항, 철도 등 국가의 뿌리 업무를 담당하는 공기업을 좀 볼까요.
대형 공기업 40곳 가운데 한국전력, 인천공항, 철도공사 등 무려 19곳이 번 돈으로 이자조차 감당치 못하고 있거든요.
한국전력은 올해 영업적자로 이자보상배율이
마이너스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인천국제공항공사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한마디로 한 해 번 돈으로 원금은커녕, 그해 내야 할 이자도 충당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3년 이상,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공기업이 전체의 17.5%. 민간 기업이라면 벌써 퇴출되고도 남았을 텐데, 공기업이라는 이유로 국민 세금을 펑펑 쓰며 좀비처럼 버티고 있는 거죠.
우량공기업들이 이렇게 된 이유는 경기침체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따른 부담증가, 그리고 탈원전 정책으로 전기료 원가가 올랐는데도 불구하고 요금에 반영하지 못한 한전의 특수상황 등이 큰 영향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진짜 원인은 공기업 자체의 총체적인 경영실패 탓입니다. 한국전력과 산하 발전 5개사는 빚더미에 앉아있음에도 일자리를 창출한다며 현 정부 출범 이후 정원을 11.5% 늘렸고, 인천공항공사는 코로나19로 항공 수요가 급감했음에도 무리하게 정규직 전환 등을 하며 지난해 4천억 원 손실을 냈거든요.
500조 원에 달하는 공기업 부채는 국민부담이고 미래세대의 빚이지만, '그림자 부채'라고 불릴 정도로 공식통계에서도 빠져있죠.
정치권이나 정부도 불필요한 경영 개입이나 낙하산 인사는 줄여야 합니다. 하지만 공기업 스스로 뼈를 깎는 혁신과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다면, 이 땅의 공기업은 좀비가 돼, 빌 '공'자, 공기업이나, 무서울 '공'자, 공기업이 될 수 있단 걸 잊어선 안 될 겁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공기업 좀비 되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