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내년도 예산으로 역대 최대 규모인 44조 748억원을 편성하며 청년지원 정책에 1조원 가까운 금액을 배정했다. 지난 보궐선거에서 2030세대의 지지로 당선된 오세훈 서울시장의 지지층을 향한 보답이 들어간 예산안으로 평가받는다. 시는 재정건전성 회복을 이유로 시정 사업들을 구조조정하며 고(故) 박원순 전 시장의 색채가 짙은 시민단체 지원사업 832억원도 예산 삭감 대상에 포함시켰다.
1일 시는 이같은 내년도 예산안 편성을 발표하며 서울시의회에 제출했다. 이번 예산안은 오 시장 취임 후 처음 마련한 본예산으로, 올해 예산(40조 1562억원)보다 9.8%(3조 9186억원) 늘어 역대 최대치다.
9934억원이 편성된 청년 지원 정책이 눈에 띈다. 청년 일자리 및 활동 지원엔 2070억원이 투입된다. '청년취업사관학교'는 IT 등 디지털 신기술을 무료로 교육하고 취·창업 연계를 지원한다. 청년 대상 임대주택 공급, 월세지원 등엔 7486억원이 편성됐다. 취창업통합인재허브 설립 등 사실상 청년층이 주 타겟인 정책까지 포함하면 1조원이 넘는 돈이 청년층 지원에 쓰인다.
오 시장은 취임 당시부터 청년을 강조해왔다. 취임 직후 비전으로 '청년서울'을 선포했고, 청년 정책을 전담하는 미래청년기획단을 꾸리기도 했다. 지난 4월 보궐선거 당시 젊은 유권자가 진보적이라는 통념과 달리 20대와 30대는 각각 55.3%, 56.5%가 오 시장에게 투표하며 당선을 도왔다. 오 시장은 이날 예산안 브리핑 연설에서도 '청년'이란 단어를 10번이나 언급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각각 2번, 3번 나왔다.
경제적 소위 계층에 대한 지원도 예산안에서 두드러진 부분이다. 시는 "소득양극화 현상 심화 및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소외 계층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1조 6711억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의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 맞춤형 회복지원에 3563억원이 투입된다. 소득이 기준 미만인 가구에 현금을 지원하는 '안심소득' 사업도 시작된다. 내년 74억원을 투입해 500가구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유치원 무상급식, 어린이집 급식과 간식비 인상엔 281억원 투입되고 내년부터 아이 1명을 출산할 때마다 200만원 상당의 바우처를 지급한다. 늘어나는 1인가구 지원 예산은 1070억원으로 올해보다 900억원 넘게 늘었다.
이밖에 민간참여형 장기전세주택, 1인가구 주택 유형 신규 도입 등 주택공급 및 주거지원 확대에 6177억원이 배정됐다. 성장산업과 창업생태계 지원, 문화관광 경쟁력 강화 등 서울시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정책엔 총 2조 2109억원이 투입된다.
서울시는 내년도 예산을 편성하며 관행적으로 낭비된 재정 1조 1519억원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특히 '서울시 바로세우기' 사업으로 박 전 시장 시절 시행됐던 시민단체 민간위탁 및 보조사업을 절반 가까이 감액했다. 사회적경제·마을·청년·도시재생 등 민간위탁 9개 분야와 민간보조 12개 분야의 예산은 전년도 1788억원에서 832억원을 줄였다. 구체적으로는 오 시장이 전날 감사에 나서겠다고 밝힌 사회적경제지원센터를 비롯한 사회적경제 민간위탁 사업비를 121억원에서 64억원으로 줄였다. 또 자치구 마을생태계 조성사업 지원금은 85%, 주민자치 민간보조금은 49.3%, '일감 몰아주기'논란이 불거졌던 권역별NPO(비영리기관)지원사업은 68.4%를 감액했다.
오 시장은 '전임 시장 지우기'가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 "시민단체가 시민들의 대표성을 가진 것처럼 느껴지는데 시민단체를 표방하는 특정인 중심의 이익공동체를 형성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케이스가 있다"며 "큰 틀에서 (지원사업이) 원칙을 벗어난 경우가 많았다"고 답했다.
한편 서울시는 시 출연기관인 TBS 교통방송 출연금도 올해 375억원에서 123억원을 줄인 252억원을 편성했다. TBS는 일부 편성 방송이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에 오 시장에 지원금 삭감으로 언론을 압박하
시의회의 예산안심의는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이 110석중 99석을 차지하고 있는 시의회는 예산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예고한 바 있다.
[류영욱 기자 / 박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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