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유해가 안치된 검단사는 경기도 파주의 오두산 중턱에 자리잡은 작은 절이었다. 300년 된 느티나무가 노란 단풍을 활짝 피워 영욕의 세월을 살아온 '보통사람' 노태우를 맞이했다.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 추모공원에서 화장 절차를 마친 노 전 대통령의 유해는 오후 4시30분 경 파주 통일공원 인근에 위치한 검단사에 도착했다.
추모제례 행사는 검단사 주지스님인 정오 스님이 진행했다. 정오 스님은 "고인과 살아 생전에 사찰과는 특별한 인연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절의 규모는 크지 않지만 임진강과 얘기봉이 한눈에 보이는 작지만 유서가 깊은 절"이라고 말했다.
장남 노재헌 변호사가 유골함을 들고 장녀인 장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그 뒤로 노 관장의 자녀 등 3세들이 뒤를 따랐다. 100여 명 규모의 장례위원회 위원 및 친지들이 안치식 불교 제례행사에 참석했다.
노 전 대통령의 납골함은 이곳 검단사의 대웅전 격인 무량수전에서 통일동산에 묘역이 마련될 때까지 안치되고 절에서 극락왕생을 기리는 제례행사가 이어질 예정이다.
안치식 종교행사는 한시간 가량 진행 후 종료됐다. 이날 종교행사를 마친 후 노 전 대통령의 장남인 노재현 변호사는 기자들과 만나 "이 곳은 저희 집안의 본적이 있는 곳이고 아버님께서 꿈꾸던 자유를 따라 흔적을 남기고 평소 평화통일 꿈을 그리던 곳"이라며 "이 곳에 모실 수 있게 되서 사찰관계자 분들께 감사드리고 국가장에 협조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도 감사 말씀을 올린다"고 말했다.
종교행사가 끝나니 산중턱에 위치한 검단사에 어느 덧 어둠이 뉘엿뉘엿 드리웠다. 노 전 대통령이 88세의 파란만장한 삶을 마치고 안치된 검단사 무량수전 기둥에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어렵구나 하늘의 별따기요, 먹구름 한줌 오가는 탓일세."
파주/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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