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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3일 밤 서울 광진구 뚝섬한강공원의 모습. 시민들이 청담대교 아래에 모여 앉아 야식과 음주를 즐기고 있다. [이상현 기자] |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 위치한 뚝섬한강공원. 이달 13일 오후 10시께 찾은 이곳은 코로나19와는 상관이 없는 곳처럼 보였다. 음주는 다반사였고,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역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고자 오후 10시 이후 야외 음주를 금지한다'는 안내 방송이 여러 번 나왔지만, 큰 의미는 없었다. 관련 내용을 아느냐고 시민들에게 묻자 날 선 반응이 돌아왔다. 대부분은 앉은 자리에서 일탈을 그대로 지속했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에 따르면 지난 7월 9일부터 이달 14일까지 한강공원 일대에서 적발된 방역수칙 위반 사례는 모두 7만6800여건이다. 여기에는 ▲오후 10시 이후 음주 외에도 ▲거리두기 위반과 ▲마스크 미착용이 포함됐다.
음주만 해도 1만1140여건이 적발됐지만, 시는 실제 단속률이 10% 미만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의 지원을 받고 있어도 현실적으로 공원용지가 너무 광대하기 때문이다. 뚝섬뿐만 아니라 잠실·반포·여의도·망원 등 서울의 모든 한강공원을 점검해야 한다.
매경닷컴이 한강공원 일대를 점검한 이달 13~14일 실제로 통계보다 심각해 보이는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청담대교 아래 둔치에는 가로·세로 30m 남짓한 공간에 한때 150여명이 모여 앉기도 했다.
시민들은 직접 가져오거나 배달로 주문한 야식을 맥주·커피 등과 함께 즐겼다. 돗자리를 깐 시민도 많았고, 캠핑 의자와 접이식 테이블을 가져온 이들도 있었다. 더러는 와인잔까지 챙겨와 그야말로 '술판'을 벌이는 청년들도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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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공원 곳곳에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고자 오후 10시 이후 야외 음주를 금지한다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이상현 기자] |
오후 10시가 넘어 경찰관 3명이 경광봉을 들고 돌아다니며 시민들에게 '집으로 돌아가 달라'고 계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한 경찰관은 "이 정도면 준수한 편이다. 여의도 쪽은 하루에 300~400명씩 모일 때도 있다"고 귀띔했다.
한강사업본부에 따르면 방역수칙 위반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적발된 사례를 처리하는 절차다. 서울시가 지난 7월부터 적발한 건수는 수만건이지만, 실제로 과태료가 부과된 건 304건뿐이다. 이를 전담하는 인력도 부족한데 시민들의 반발까지 거세기 때문이다.
한강사업본부는 시민들이 '오후 9시 50분에 다 마시고 쓰레기만 가지고 있다', '오후 10시 넘어 마셨다는 증거가 있느냐'며 반발할 때마다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술 취한 사람들과 시비가 붙는 경우도 많아 단속에 애를 먹고 있다는 것.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1차 적발 때는 계도를 하고, 2차 적발 때 과태료를 부과하는 식으로 하고 있다"며 "전담 공무원들과 경찰이 새벽까지 단속을 진행하지만, 현장에 어려움이 정말 많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계도를 안 하고 단속만 많이 하면 민원도 많이 들어오고, 시비도 많이 붙는다"며 "시민들도 지칠 대로 지쳐서 (우리가) 뭐라고 하기도 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칙은 원칙이니 지켜달라고 당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방역당국은 백신 접종률과 자영업자·소상공인 생업 문제 등을 고려해 최근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에
방역당국에 따르면 오는 18일부터 이달 31일까지 2주간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가 마지막으로 연장 적용된다. 당국은 내달 중 시행을 목표로 하는 새 방역체계를 마련해 곧 발표할 전망이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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