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돈 이렇게 허투로 쓰다니"...1192억에 산 슈퍼컴퓨터 7920만원에 되판 기상청

↑ 기상청 슈퍼컴퓨터 4호기 [사진출처 : 연합뉴스]

기상청이 총 1192억원을 들여 구매한 슈퍼컴퓨터를 교체주기가 되면 성능저하가 없어도 7900여만원에 '고철처리'를 해 온 것이 드러났다.
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이 기상청 등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상청은 2000년 166억원을 들여 도입한 슈퍼컴 1호기를 2006년 120만원에 고철처리했다.
2005년에 485억원을 들인 2호기와 2003년 541억원을 투자한 3호기 역시 마찬가지의 절차를 거쳤다. 이들 장비는 2020년 7월 고철처리됐는데, 회수한 금액은 두 장비를 합쳐 7800만원에 그쳤다.
결국 슈퍼컴퓨터 1~3호기를 도입하기 위해 든 비용 1192억원 중 고철처리를 하고 회수한 금액은 7920만원에 불과했다.
특히 슈퍼컴퓨터 3호기의 경우 매각 당시 평가가치가 여전히 100억원을 넘었으나 기상청은 유지비용이 많이 들고 매수자가 없다는 이유로 제 값을 받지 못하고 처리했다.
이처럼 사용연한이 지난 슈퍼컴퓨터도 성능이 여전히 뛰어날 수 있어 문제라는 지적이다.
권 의원 측에 따르면 현재 6년이 지난 슈퍼컴퓨터들은 여전히 500위권 내 높은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15년 기상청에 들여와 사용 연한(5년)을 넘겨 처분 절차를 기다리는 슈퍼컴퓨터 4호기 '누리'와 '미리'도 각각 세계 209위, 210위의 지위를 가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기상청은 여전히 이들 슈퍼컴퓨터에 대한 구체적 처분 계획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어 이전처럼 헐값에 고철처리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권 의원 측의 지적이다.
권 의원은 "해외 사례를 보면 조달·구매 단계에서 수거 조항을 삽입해 연구기관용으로 재사용되거나 외교용으로 저개발 국가에 기부되고 있다"며 "혈세로 비싼 장비를 산 만큼 우리도 퇴역 슈퍼컴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여야 가리지 않고 기상청의 일기예보 정확성에 대해 지적했다.
환노위원장인 국민의힘 소속 박대출 의원은 국감을 시작하며 박광석 기상청장을 향해 "전날만 해도 오늘 비 온다는 예보가 없었는데 예보와 달리 비가 내리고 있다"며 "이에 대해 한 마디 사과라도 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박 청장은 "어제 오후에는 비 예보가 나갔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박 의원은 이어 "지난해 부정확한 예보로 홍수 피해를 키웠고 올 초에는 수도권 출근길 대설 예보가 빗나가 도로 위에 눈이 아닌 염화칼슘이 수북하지 않았냐"며 "개선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달라"고 요청했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어제 오전에는 비가 오지 않는다고 해놓고, 오후에 비가 온다고 예보했다는 설명이냐"며 "이렇게 기상청 예보가 정확하지 않으니 요새 기상청을 '구라청'이라고 부른다"고 비판했다.
노 의원은 이어 "기상청이 체육대회를 하지 않는 이유를 아냐. 기상청 체육대회 하는 날 비가 와서다"라며 "예보 좀 잘해서 체육대회를 부활할 수 있을 때까지 노력 좀 해라"라고 말했다.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