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장학생 뽑는데 '군필자 우대'…여학생은 비서실·보건실 배정

숭실대·가천대 국가근로장학생 모집에
‘남학생 우선·군필자 우대’ 명시

↑ 숭실대학교와 가천대학교 로고. 한국장학재단에서 시행 중인 국가근로장학금 사업과 관련해 숭실대, 가천대 등 일부 대학이 성차별적으로 장학생을 선발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사진=숭실대(왼쪽), 가천대 홈페이지

한국장학재단에서 시행 중인 국가근로장학금 사업과 관련해 일부 대학이 성차별적으로 장학생을 선발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일 한국장학재단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같이 밝히며 장학재단이 국가근로장학생 선발 과정 차별 여부를 적극적으로 파악하고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한국장학재단에서 시행 중인 국가근로장학금 사업은 저소득층 학생이 등록금과 생활비를 마련할 수 있도록 기획된 사업입니다. 선발된 장학생들은 교내 및 교외 기관에 근로하며 장학금을 받아 학자금을 마련하고 실무능력을 쌓을 기회를 얻습니다.

그러나 의원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일부 대학에서 국가근로장학생 선발 자격에 ‘남학생 우선’, ‘군필자 우대’와 같은 성차별적 요건을 명시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숭실대학교는 사무보조 등의 업무를 하는 국가근로장학생 선발 요건에 '남학생 군필자 우대'라고 적었다. 다만 보건실 업무에는 여학생이 지원하도록 했다. / 사진=숭실대학교

이 자료에 따르면 숭실대는 사무보조, 우편 수발, 사무실 청소 등의 간단한 업무를 하는 근로장학생에 ‘군필 남학생 필수’, ‘남학생 군필자 우대’ 등을 지원자격 요건으로 두고 있었습니다. 반면 보건실 업무에는 여학생이 지원하도록 했습니다.

↑ 가천대학교는 국가근로장학생 선발 과정에서 행정 업무 등에 '남학생 우선' 자격을 명시하고, 여학생은 비서실 업무에 우선 선발하겠다고 적는 등 성차별적인 요건을 드러냈다. / 사진=가천대학교

가천대 역시 행정업무 보조 등의 업무를 하는 근로장학생 선발 조건으로 ‘남학생 우선’ 자격을 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반면 비서실 업무에는 여학생을 우선으로 선발하겠다고 명시하고 있었습니다.

권 의원은 사무 보조나 우편 수발과 같은 업무는 성별이나 군필 여부와 관계 없는 업무라는 점을 지적하며 "불필요한 지원 자격 요건"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사회적으로 여성이 하는 일이라 치부되는 보건실 정리정돈, 비서실 업무에는 여학생을 한정해 뽑고 있던 점을 짚어주며 "이는 명백한 성차별"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국민의 세금으로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학자금 마련과 근로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가근로장학금 사업에 차별적인 자격 요건이 들어가는 것은 취지에 어긋나며, 지금껏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한국장학재단의 관리 부실에 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대학생들이 공정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근로장학금이 꼭 필요한 학생들에게 공정한 방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재단 차원에서 선발 과정 점검을 강화하는 등 적극적 조치를 취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한편 권인숙 의원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 출신으로 지난 1월에도 낙태죄 폐지 후속입법(의료기기법 일부개정법률안·의료법·국민건강보험법·약사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여성의 권리 신장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이은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xxxeunjinxxxx@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