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연봉 5천만 원을 받는 건설사 자금담당 부장이 무려 1,900억 원을 횡령한 사건이 알려지며 세간에 충격을 몰고 왔는데요.
범인은 붙잡혔지만, 과연 해당 건설사나 은행은 몰랐는지, 진짜 빼돌린 돈은 얼마인지 여전히 궁금증이 남습니다.
자세한 이야기 사회부 박명진 기자와 나눠보겠습니다.
【 질문 1 】
1,900억 원대 횡령, 액수만으로도 놀라운데요.
먼저 간단히 이번 사건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주시죠.
【 기자 】
네, 회삿돈을 횡령하고 잠적했던 동아건설 자금부장 박 모 씨가 석 달 만에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애초 890억 원을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횡령 액수는 1,898억 원에 달했는데요.
박 씨는 지난 2001년부터 도박과 주식투자를 하다 큰 손해를 보자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잠시 박 씨의 말을 들어보시겠습니다.
▶ 인터뷰 : 박 모 씨 / 피의자
- "회사 부도가 나고 어렵다 보니까 더는 회사 다니고 싶은 생각이 많이 없어졌고, 회사 돈을 잠시 유용해서 앞으로 살 수 있는 돈만 벌면 안 하려고 하다가 이렇게 빠지게 된 겁니다."
박 씨는 3개월 동안 이곳저곳 도망 다니며 생활해 왔지만, 추석 명절에 부인을 만나려고 식당에 왔다가 잠복하고 있던 경찰에 결국 붙잡혔습니다.
【 질문 2 】
일반인들이 상상하기 어려운 거액인데 이 돈이 다 어디로 갔죠?
【 기자 】
박 씨는 돈 대부분을 경마와 해외 원정 도박에 빠져 탕진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주식 투자 손실로 150억 원, 경마에 2백억 원, 마카오 원정 도박 1백억 등으로 회삿돈 940억 원을 날렸습니다.
박 씨는 또 경기도 하남시의 수십억 원대의 별장에서 고급 외제 승용차를 몰며 호화로운 생활을 해 왔습니다.
박 씨 가족의 생활을 지켜본 이웃 주민의 말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이웃 주민
- "골프만 친다는 얘기도 있고…. 난 와인 냉장고 들어가는 거 보고 어머 이 집 사람들은 뭐하는데 한두 개도 아니고 와인 냉장고가 필요한가 싶을 정도로 신기했어."
박 씨는 또, 자신의 집 장롱에 1만 원 권과 5만 원 권 현금 뭉치 7억여 원을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경찰조사 결과, 박 씨는 횡령한 1,900억 원 가운데 900억 원가량을 탕진하고, 나머지 1,000억 원은 빼돌린 돈을 돌려막는 데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 질문 3 】
그런데 엄청난 액수의 돈을 빼돌렸는데 회사 측에서는 알지 못했나요?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던 걸까요?
【 기자 】
박 씨는 지난 2004년부터 회삿돈을 빼돌렸는데요.
거래 은행에 근무하는 고교 선배와 짜고 은행 전산기록을 조작해 4년 동안 4백억여 원을 빼돌렸습니다.
점점 대담해진 박 씨는 회사 운영자금 계좌에서 5백억여 원을 빼냈고, 회사 서류를 위조해서 8백억여 원을 인출해 지난 7월 잠적했습니다.
이렇게 대담한 범행을 회사 측이 알지 못했다는 게 의문점인데요.
박 씨는 경찰조사에서 "1998년부터 회사의 자금조달을 혼자 담당해 발각되지 않았다"고 진술했습니다.
동아건설 측도 "박 씨가 장부상 모든 하자를 완벽하게 처리해 회사가 횡령사실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경찰은 구조조정이 시작된 동아건설이 조직적으로 회사자금을 횡령했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자금흐름을 추적할 예정입니다.
【 질문 4 】
건설사도 건설사지만 어떻게 은행이 이렇게 허술하게 관리를 했는지도 의문인데요?
【 기자 】
네. 박 씨가 돈을 빼낸 하나은행과 신한은행 측은 횡령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밝혔습니다.
하나은행은 직원 김 모 차장이 박 씨를 도운 혐의로 구속되자 자체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김 차장은 서류를 위조해 만든 뒤, 실제 전산에는 입력하지 않는 수법으로 박 씨가 예치금을 인출하도록 도운 혐의로 구속됐는데요.
여기서 경찰 수사 내용을 잠깐 들어보시죠.
▶ 인터뷰 : 김재중 / 서울 광진경찰서 경제2팀 팀장
- "질권을 설정하게 되면 질권을 설정한 사람이 그걸 풀어주지 않는 이상은 그 통장에서 인출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질권을 설정하는 거고요. 그래서 은행의 도움이 없었다면 실제로 주범은 질권 설정 통장에 있는 돈을 손댈 수 없었던 거죠."
이에 대해 하나은행 관계자는 "구속된 직원이 도피하거나 동반 도주를 한 것이 아닌 이상 경찰조사를 지켜보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신한은행도 "동아건설로부터 직접 서류를 받았고 정상적인 업무처리에 의해 돈을 지급한 것일 뿐"이라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동아건설 측은 "하나은행은 직원이 공모했고, 신한은행은 절차를 무시하고 돈을 지급했다"며 "책임을 회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 질문 5 】
혼자 이렇게 막대한 횡령이 가능했는지가 의문인데요, 공범에 대한 남은 의문들 정리해 주시죠.
【 기자 】
박 씨가 횡령한 돈을 공범들에게 나눠주지 않았다는 점이 마지막 의문점으로 남습니다.
전체 횡령액인 1,900억 원에 비하면 공범인 하나은행 김 차장과 부하직원 유 모 과장에게 준 돈은 굉장히 미미한 수준인데요.
박 씨는 김 차장에게는 사례비 1,000만 원을, 부하직원인 유 모 자금과장에게는 서류를 위조할 때마다 200만 원에서 400만 원 정도의 수고비를 줬다고 진술했습니다.
또, 자금 추적이 끝나는 대로 관련된 인물들을 소환해 조사할 예정입니다.
【 앵커멘트 】
네, 박명진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 기자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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