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서 동의 없이 개인 휴대폰 검사 논란…"보안" vs "사생활"

앨범 속 사진 하나씩 확대하며 검사
부대 측 "보안규정 위반 사안 처리 과정"

↑ 휴대전화 사용하는 군인 (기사 내용과 무관한 참고 이미지) / 사진=국방부 제공

최근 한 군부대에서 동의 없이 장병들의 개인 휴대전화를 검사한 사연이 전해진 가운데, 이를 두고 "보안 문제로 인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의견과 "개인의 사생활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의견으로 갈려 갑론을박이 오갔습니다.

"설명 없이 앨범서 부대 위치 관련 항목 들어가 사진 관련 질문"

↑ 사진=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캡처

지난 24일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는 5군지사 예하부대에서 휴대전화 앨범 속 사진을 검사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글쓴이 A 씨는 "지난 20일 오후 9시, 휴대전화를 반납하러 갔더니 당시 당직 사령님께서 잠금을 해제한 채 휴대전화를 달라고 하셨다"라고 운을 뗐습니다.

A 씨는 "잠금을 해제하고 휴대전화를 드리니 앨범의 부대 위치 관련 항목에 들어가 하나하나 사진을 보면서 '이거 뭐냐, 어디냐, 너냐' 등의 질문을 했다"며 "보안과 관련된 사진을 찍지 않은 병사들의 갤러리 또한 모두 사령님께 보여드릴 수밖에 없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다른 사람들도 있었는데 사진을 하나씩 확대하면서 불쾌하게 만들었다"며 "(결국) 제가 개인적으로 저장하고 있었던 사진까지도 보이고 말았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검사가 끝난 후 당직 사령님께서는 이번에 걸린 사람들을 각 근무대 대장님께 보고드린다고 말씀하셨을뿐 이번 검사를 하게 된 경위들은 일절 말씀하시지 않았다"며 "개인의 휴대폰을 설명과 동의 없이 검사하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해 제보 드린다"라고 전했습니다.

"검사 과하다" vs "군인 신분 잊지 말아야"

↑ 사진=육군 제공

해당 사연이 전해지자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부대 측의 검사가 과하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한 누리꾼은 "휴대전화 갤러리에 사생활과 관련된 무슨 사진이 있을 줄 알고 저렇게 막무가내로 검사를 하느냐"며 "다른 사람들에게 숨기고 싶었던 사진들이 원치 않게 보였으면 너무 창피했을 것 같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다른 누리꾼들도 "다 큰 성인의 앨범을 동의 없이 검사하는 건 옳지 못하다", "개인 의사 결정권이 너무 무시되는 것 아니냐" 등의 의견을 내놨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군대 특성상 보안이 중요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일부 누리꾼은 "군대는 보안이 생명"이라며 "인권을 존중받아야 하는 것도 맞지만 군인이라는 특수성을 잊으면 안 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논란이 일자 5군수지원사령부는 휴대전화 검사가 있었던 20일 오후, 일부 병사의 휴대전화 사용간 보안규정 위반(영내 사진 촬영) 사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당시 당직 근무자가 충분한 설명과 개인 동의 없이 휴대전화 내 사진을 확인하는 등 방법과 절차 면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부대 측은 "장병들의 개인정보가 철저히 보장된 가운데, 휴대전화 사용 보안 규정을 준수하도록 더 세심하게 관리해 나가겠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국방부는 지난 2019년 4월 1일부로 전 부대 병사들의 영내 휴대폰 이용을 허가했습니다. 부대 내 휴대전화 사용을 허용함에 따라 병사들의 자살률과 탈영률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단 분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차유채 디지털뉴스 기자 jejuflower@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