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렌식서 '변호사 선임' ,'사실혼 관계' 검색어 발견
제주도에서 음주 상태로 오픈카를 운전하다 여자친구를 숨지게 한 '제주 오픈카 사건' 피해자의 언니가 청와대 국민청원글을 올렸습니다.
어제(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동생을 죽음으로 내 몬 '제주도 오프카 사망사건'의 친언니입니다. 부디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제주도 오픈카 사망사건' 피해자 A 씨의 언니라고 밝힌 청원인은 "제 동생을 죽음으로 내몬 이 사건을 떠올리는 것조차 여전히 너무나 고통스럽고 원통해서 미쳐버릴 지경이지만 동생의 억울함을 꼭 풀어주고자 이 글을 쓴다"며 "이제서야 3차 공판이 끝났고, 곧 4차 공판을 앞두고 있으며, 가해자는 여전히 불구속 수사에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긴 싸움을 계속 힘을 내서 버텨내야 한다. 너무나 처참하게, 슬프고 가엽게 떠난 제 동생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이것뿐인 언니의 마지막 책임감이다. 부디 관심 가져주시고, 억울한 죽음을 밝힐 수 있게 제발 도와달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2019년 11월 10일 오전 1시께 A 씨는 남자친구 B 씨와 함께 제주도에서 포드 머스탱 컨버터블 오픈카를 렌트해서 몰다 도로 오른쪽의 연석과 돌담, 경운기를 차례로 들이받았습니다. 이 사고로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채 조수석에 타고 있던 A 씨는 차량 밖으로 튕겨져 나가 머리 등을 다쳐 긴 시간 의식불명 상태로 연명하다 작년 8월 사망했습니다.
당시 B 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118%로, 면허 취소 수준이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청원인은 "(동생이) 큰 충격으로 렌트했던 오픈카 차량 밖으로 튕겨져 나가서, 머리를 크게 부딪혀 뇌 수술만 5번 갈비뼈는 부러져 폐를 찔렀고 쇄골뼈까지 어긋난 상태로, 당시 총 10번의 대수술을 했다"며 "살 가망이 없다는 의사 소견에 제발 살려만 주십사 목에 기관 삽관술 동의서까지 써야만 했다. 결국 의식이 돌아오지 못한 **는 투병 9개월 만에 뇌 손상으로, 그토록 아름다웠던 젊음을 펼치지도 못 한 채 이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동생이 사경을 헤매고 있을 때 B 씨에게서 죄책감과 슬픈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며 "가해자는 당일 저녁 사실혼 관계를 동생 친구에게 주장하며 둘 관계의 증인이 되어줄 수 있냐고 부탁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청원인은 "가해자가 서울을 가서 가장 먼저 한 행동은 본인의 노트북과 물건을 가지고 나와 동생의 집 비밀번호를 변경하는 일이었다. 사고를 낸 다음날 차디찬 중환자실에서 본인이 낸 사고로 목숨이 불투명한 동생을 보고도 그 거리를 감내하면서까지 동생 집에 들어가 물건과 노트북을 가져와야 함은 무엇이며 무엇을 숨기면서 얻고자 피해자의 집 비밀번호를 왜 변경한걸까"라고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청원인은 2019년 11월 12일 A 씨의 휴대전화에서 음성 파일을 발견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는 사고가 난 순간을 포함해 1시간 가량의 상황이 녹음된 파일이었습니다.
청원인은 "헤어지자 하는 가해자의 음성과 그런 그를 붙잡는 동생의 음성으로 시작됐다"며 "펜션 앞 주정차 후 다시 출발하자마자 서로의 관계에 대한 회의감을 말했다. ‘그럼 집에 가’라는 동생의 말과 함께 안전벨트 미착용 경고음이 울리자 가해자가 ‘안전벨트 안 했네?’라며 질문했다. 동생이 ‘응’ 하고 대답하는 순간 가해자는 액셀을 밟았다. 굉장한 액셀 굉음과 함께 동생의 비명소리로 끝이 난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출발 후 몇 초 뒤 경고음이 울렸고 제 동생은 그렇게 안전벨트를 착용할 여유의 시간도 없이 다시 차에 타자마자 단 19초 만에 삶을 잃었다"며 "내비게이션에는 시간도 뜨지 않을 만큼 가까운 거리를 시속 114km로 급가속했던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음성 녹음과 별개로 남겨둔 동영상에서도 B 씨가 A 씨의 말에 동문서답으로 대답하는 등 살인의 고의가 충분하다고 느껴졌다고 주장했습니다.
청원인은 "가해자는 피할 수 없던 비극적인 사고라며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 당시 현장에 왔던 경찰과는 수사에 협조하며 멀쩡히 대화하는 영상이 기록되어 있다"며 "여자친구가 먹고 싶다며 라면을 사러 가는 길이었고, 안전벨트를 착용하라는 주의라고 주장을 한다. 만일 그런 거라면 왜 '안전벨트를 해야지!'라고 하거나 또는 기다려주지 않고 안전벨트를 안한 걸 인지하고도 급과속을 한거냐"라며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또 음성파일에 A 씨의 비명소리만 담긴 점도 지적했습니다.
청원인은 B 씨가 무의식 중에 놀라 내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며 "그 상황을 예견하지 않은 이상 날아가 떨어진 여자친구의 상태를 확인하고도 소리를 안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마냥 조용했다. 여자친구가 아스팔트에 피를 흘리며 누워있는 것을 보고도 과연 어떤 사람이 멀쩡하게 태연할 수 있냐"고 해습니다.
그리고 디지털 포렌식 조사 결과 사고 당일 B 씨는 휴대전화로 '변호사 선임' ,'사실혼 관계', '음주운전 방조죄' 등을 검색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형사처벌을 피해 감형만 받으려 하며 본인의 안위만을 생각했다. 본인이 낸 사고로 인해 여자친구가 대수술을 거쳐 머리를 제대로 닫지도 못하는 상황에도 덤덤하게 앉아 그날로 변호사를 선임했다"고 했습니다.
청원인은 사고 이후 B 씨가 음악을 들으며 수술실 앞에 신발을 벗고 앉아 변호사와 통화만 하다가 부모와 함께 병원을 빠져나간 뒤 모습을 볼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A 씨의 장례식장에도 오지 않았고, A 씨와의 추억이 담긴 자료를 SNS 상에서 모두 삭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가해자는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불구속 수사로 여전히 거리를 돌아다니며 일상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윤창호 법이 생긴지도 몇 년인데 음주운전으로 사람이 죽었다.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의 말에 귀 기울여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그리고 "젊고 한창인 나이에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겨버린 동생의 억울함을 철저한 조사로 제 동생의 억울함을 반드시 출어주시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모든 진실이 드러나 정의 있는 세상이 될 수 있도록 가해자의 구속수사를 촉구한다.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이 사회와 격리조치될 수 있도록 엄벌에 처해주시길 강력히 요청한다"며 글을 마무리했습니다.
한편 B 씨는 살인 등의 혐의로 재판에 회부된 상태입니다. 지난 13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에서 B 씨에 대한 3차 공판이 열렸고, A 씨 유족들은 "우리 딸의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호소하
오는 11월 4일에 4차 공판이 예정돼 있습니다. 해당 사건 관련 청원은 10월 23일까지 진행되며 오늘(24일) 오전 11시 기준 6000 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상태입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