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꼭대기 층까지 골조 완성
↑ 지난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김포장릉 인근에 문화재청 허가없이 올라간 아파트의 철거를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 /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
유네스코(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세계문화유산인 김포 장릉을 가리는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를 철거해달라는 국민청원이 11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습니다.
지난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김포장릉 인근에 문화재청 허가 없이 올라간 아파트의 철거를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습니다. 해당 청원에 서명한 인원은 22일 오후 10만 명의 동의를 넘겼으며, 23일 오전 9시 23분 기준 11만 696명의 동의를 얻었습니다.
청원인은 “세계문화유산 김포 장릉의 경관을 해치는, 문화재청 허가 없이 지어진 아파트의 철거를 촉구한다”고 운을 뗐습니다. 김포 장릉은 조선 선조의 5번째 아들이자 인조의 아버지인 원종과 부인 인헌왕후를 모신 능입니다. 사적 202호로 지정돼 있으며,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습니다.
↑ 김포 장릉 / 사진=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홈페이지 |
청원인은 “김포 장릉은 파주 장릉과 계양산으로 이어지는 조경이 특징인데, 이 아파트는 김포 장릉과 계양산 가운데 위치해 조경을 방해하고 있다”며 “(해당 아파트는) 김포 장릉의 세계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훼손하는 데다 심의 없이 위법하게 지어졌으니 철거돼야 하는 게 맞다. 이를 그대로 놔두고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로 남아 위와 같은 일이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문제로 제기된 곳은 인천시 서구 검단신도시의 3400여 세대 규모 아파트 44개 동 가운데 문화재 반경 500m 안에 들어가는 19개 동입니다. 현재 아파트는 꼭대기 층까지 골조가 완성된 상태입니다.
청원인은 “김포 장릉 쪽으로 200m 더 가까운 곳에 2002년 준공한 15층 높이 아파트는 문화재청 허가를 받아 최대한 왕릉을 가리지 않게 한쪽으로 치우치도록 지어졌다”며 “이러한 좋은 선례가 있었음에도 나쁜 선례를 새로 남기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미 분양이 이루어져 수분양자들에게 큰 피해가 갈 것이기에 이 청원을 작성하는 나 또한 마음이 무겁다”면서도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서는 2019년에 아파트 사업계획 승인에 앞서 이러한 사안을 검토하지 않은 지자체 및 건설사에게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지금 한국문화는 전성기에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세계에서 인정한 우리 문화유산을 건설사 및 지자체들의 안일한 태도에 훼손되는 이러한 일이 지속된다면 과연 우리 문화가 계속해서 세계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며 “이번 일들이 문화유산 보호에 대한 전반적인 사회인식을 제고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 김포 장릉 / 사진=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홈페이지 |
앞서 문화재청은 지난 6일 검단신도시에 아파트를 짓는 3개 건설사를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해당 아파트가 문화재 반경 500m 안에 포함된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 포함되지만 아파트를 건설하며 사전심의를 받지 않은 혐의입니다.
문화재청은 김포 장릉 반경 500m 안에 포함되는 19
다만 건설사들은 2014년 인천도시공사로부터 택지 개발 허가를 받은 땅을 사들였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줄 알았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토지매매와 관련 없이 아파트를 비롯한 고층 건축물을 지을 때 별도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습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