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국제공항.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코로나19 충격을 직접적으로 맞이한 항공업계 승무원들은 우울증, 불안감에 하루하루를 지내는 현실이다. 실제 지난해 말 서울 강서구의 한 주택에서 국내 항공사 승무원 B씨(27)가 숨진 채 경찰에 발견되기도 했다. B씨는 강제 휴직기에 들어간 후 생활고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유서엔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다. 내 장기는 기증해 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A씨처럼 새로운 직장을 찾아 나서는 이들도 적지 않다. 승무원들이 많이 선택하는 플랜B는 그간의 경력을 살릴 수 있는 금융·서비스직이라고 한다. 한 국내 항공사에 재직 중인 승무원은 "강사, 비서 외에도 시험 준비를 통해 대기업, 공기업에 입사하는 친구들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때문에 휴직기 동안 이직을 위한 학원을 다니거나 그룹 스터디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또 항공업계에선 '빅 딜'이 예정돼 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에 따른 통합 저비용항공사(LCC)의 출범 가능성 등 많은 변화가 예고된 셈이다. 이에 따라 항공사별 승무원들의 속마음은 천차만별인 현실이다.
한 대한항공 승무원은 "다들 코로나19가 끝나길 바라며 버티는 상황"이라면서도 "대한항공 내부엔 다른 항공사와는 다르게 합병 관련 조급해하거나 크게 불안해하는 느낌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종사자는 "오히려 육체적으로 힘들었을 시기에 코로나19로 인해서 오히려 쉬면서 재충전의 기회로 삼을 수 있게 돼 좋았다"고 말했다.
반면 통합 대상 항공사의 승무원들은 불안감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다. 한 LCC 승무원은 "큰 집이 우리를 버린다고는 생각이 들지 않지만 근무 체계, 시스템이 어떻게 변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지상직들의 경우 통합 조직에 대한 로드맵이 그려지곤 있지만 승무원 관련해선 별 다른 이야기가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일부 승무원들은 회사의 조직문화에 대해 고충도 토로한다. 승무원들은 사무장 휘하 4인이 팀을 이뤄 업무를 진행한다. 최근엔 많이 개선됐지만 기수·서열 문화에 눈치보기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있다. 또 한때는 한 팀원의 잘못이 팀 전체 인사고과에 반영되는 '연좌제'도 있었다고 한다. 한 승무원은 "과거 한 동료가 퇴사할 때 선배로부터 받았던 부조리한 점 등을 인사팀에 보고를 하고 나간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 승무원들은 입사 후 1~2년 동안 인턴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점수가 나쁘면 정규직 전환이 불가하다. 일종의 장시간 기회비용이 발생하는 셈이다. 하지만 승무원들 사이에선 몸이 아파 병가를 쓸 경우 "정규직 전환은 꿈꾸기 힘들다"는 인식이 자리 잡아 있다고 한다. 때문에 몸이 아파도 병가조차 쓰지 못하고 꾸역꾸역 출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코로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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