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서울 강남의 한 주택가에서 밤늦게 술을 팔던 무허가 유흥업소를 단속했습니다.
같은 곳을 이틀 연속으로 적발한 건데, 어떻게 이런 배짱 영업이 가능했을까요?
손기준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 기자 】
식당들이 문을 닫는 밤 10시,
서울 강남의 한 주택가에서 술을 파는 곳이 있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습니다.
경찰이 급습해보니 일반 가정집으로 보기엔 어려운 현장이었습니다.
냉장고에 과일 안주와 샴페인이 있고, 주점에서 많이 사용하는 제빙기까지 있습니다.
방 가운데 놓인 탁자 위엔 먹다 남은 술과 안주들이 수북이 쌓여 있습니다.
영업 장부와 주류 계산서도 발견됐습니다.
▶ 인터뷰 : 경찰 관계자
- "이거는 가정집이라고 볼 순 없잖아요. 이거는 가정집이 아니에요."
현장에서 적발된 사람들은 술을 팔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이곳은 지난 15일 밤에도 경찰이 같은 이유로 출동한 곳입니다.
▶ 스탠딩 : 손기준 / 기자
- "얼핏 보면 고요한 주택가입니다. 여기서 좀만 나가면 바로 대로변인데, 이곳에 무허가 유흥업소가 있었습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이틀 동안 이곳에서 업주와 손님 28명을 현장에서 적발했습니다.
무허가 유흥업소의 배짱 영업엔 이유가 있었습니다.
허가받은 유흥업소에서 술을 마시다 들키면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형사 처벌을 받지만, 무허가 유흥업소에선 손님이 술을 마시다 들켜도 과태료 10만 원만 내면 됩니다.
감염병예방법상 집합금지 업종은 광역자치단체장이 고시를 통해 정합니다.
서울시는 무허가 유흥업소가 아예 '유흥업소'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집합금지 대상도 아니라고 본 겁니다.
그러다 보니 업주가 '과태료를 대신 내주겠다'며 손님을 끌어모으는 방식으로 꼼수영업이 가능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경찰은 무허가 유흥업소의 업주를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면서도 형평성 문제를 지적했지만, 서울시 방침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뒤늦게 서울시가 어제(17일) 0시 기준으로 무허가 유흥업소도 형사처벌될 수 있도록 고시를 변경했습니다.
무허가 유흥업소가 주택가까지 파고든 상황에서 서울시 대책이 '사후약방문'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MBN뉴스 손기준입니다.
영상취재 : 전범수 기자
영상편집 : 김경준
그래픽 : 김근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