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음 부정확해서"…80대 노인 신고 두 번이나 묵살한 119

119신고 했지만 7시간 방치되다가 가족신고로 병원 이송
"아빠 억울함 풀어달라" 청원 등장…녹취록 공개

갑자기 쓰러진 80대 노인의 119 구조 요청을 충북소방본부 상황실 근무자가 두 번이나 제대로 접수하지 않아 7시간 넘게 방치됐던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어제(15일) 충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후 10시께 충북 충주 소재 자택에서 쓰러진 80대 A씨는 휴대전화로 119에 도움을 두 차례 요청했지만 구조대는 출동하지 않았고 다음 날 오전까지 7시간 넘게 방치되다가 가족의 신고로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이 사실은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충청북도 소방본부 119 종합상황실 직무유기’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면서 알려졌습니다.

자신을 A씨의 딸이라고 주장한 청원인은 "충주시에서 혼자 거주하시는 아빠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며 글을 적었습니다.

녹취록을 공개한 청원인은 "일반인인 제가 봐도 응급구조 신호인데 전문적으로 이 일만 하시는 119 대원분들은 이 전화를 왜 오인신고로 판단을 한걸까요"라며 "119신고접수 매뉴얼을 준수하지 않은 점은 내부 자체조사를 한다고 하지만 이건 중대사안이고 직무유기"라고 했습니다.

이어 "가족들에게 처음엔 무응답신고라며 거짓으로 일관한 충청북도 소방본부 119 종합상황실을 더는 믿을 수도 없고 내부 자체조사를 한다는 그 말도 믿지를 못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청원인은 "아빠가 82세로 고령이기는 하나 공공근로도 다니시고 젊은 저보다 체력도 좋으시고 건강하셨다"며 "하루아침에 병원에 누워 기저귀를 차시고 식사도 코에 넣은 줄로 유동식을 드시는 모습을 보니 억장이 무너진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아빠가 신고한 그날 출동만 했더라도 아빠가 지금과 같은 상태는 분명 아닐거라고 본다"며 "부디 저희 아빠의 억울함을 풀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습니다.

당시 신고를 받은 상황실 근무자는 "첫 번째 신고는 받자마자 끊어졌고 두 번째 신고는 발음이 부정확해 의사소통이 어려웠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충북소방본부는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해당 직원에 대한 감사를 요청했습니다.

충북소방본부 관계자는 "메뉴얼상 노인이 신고할 때는 주의를 기울이고 접수된 신고는 출동을 원칙으로 한다"며 "해당 직원은 잘못을 인정하고 있다. 감사 결과에 따라 해당 직원에 대한 징계 여부와 수위 등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한편 해당 청원은 현재 16일 오후 12시 기준 1875명의 동의를 얻었습니다.

[정다빈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jdb981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