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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마포구에서 23년 동안 맥줏집을 운영한 사장을 추모하는 현장. [사진 제공 =독자] |
16일 매일경제 취재 결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장사를 하는 한 자영업자 A씨는 맥줏집 사장을 추모하는 장문의 글을 남겼다. 그는 "한분씩 세상을 떠나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마음이 참 먹먹하다"며 "직장처럼 퇴사라도 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대부분 가게는 시작했으면 물러날 곳이 없어 그 끝을 봐야 한다. 빚이 생기기 시작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가게 구조에서부터 소품, 그릇 선택 하나하나 모든 곳에 업주와 직원들의 땀이 스며들어야 한다. 살던 집에 정드는 것과 같이 애증이 붙는다"며 "그래서 가게는 생명체와 같다. 같이 일하는 직원들을 인격체로 본다면 사람을 장기말처럼 배치했다가 뺏다가 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계속된 영업 제한 조치는 사람을 고용하고 해고하기를 반복하게 만들었다"며 "그래도 사장님은 일하는 친구들을 많이 아끼셨나보다. 가시는 그날까지 직원들을 챙기신 거 보니까. 직원들을 빨리 다 버리셨으면 사장님은 사셨을텐데"라고 애도했다.
A씨는 정부와 방역당국을 향한 서운함도 드러냈다. 그는 "저들은 진정 이해해보려고 노력을 했을까? 일은 제대로 안 돌아가 스트레스 받는데 돈은 하나도 못 벌고 빚까지 늘어나면 어떤 상실감과 무력감이 생기는 지를"이라며 "분명히 '재난'이라고 했는데 국민은 있지만 국민을 보호하는 나라는 없더라. 재난으로 피해 입은 사람들을 잠재적 죄인 취급만 하더라. 이게 자랑스러운 K방역인가 보다"라고 한탄했다.
또 "애당초 백신 보급에 대해 높으신 분들은 늦장 대응으로 잘못된 판단을 했고 그로 인해 사람들이 죽어나가는데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상황이 이런데도 우리는 매일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를 입에 달고 살아서 그런지 제대로 반항도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생의 모든 걸 걸고 이룩한 것들이 속수무책으로 사라져가도 죽은 듯 지내야하는 이 불쌍한 자영업자들"이라며 "돈 문제가 아니라 억울함으로 인한 우울함이 매일
끝으로 A씨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서도 "항상 사람이 먼저라고 말씀하셨다. 더 작은 사건에도 성명 발표 잘 하시더니 이번에 돌아가신 맥줏집 사장님 사연에는 왜 아무런 말씀이 없으신지 이해가 안된다"고 밝혔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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