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부터 항복 혹은 정전의 상징으로 쓰였던 백기는 헤이그 협약에서 국제적인 규칙으로 성문화됐습니다. 백기를 든 사람과 수행인은 사절로 인정돼 법적으로 보호도 받죠.
전쟁터에서 백기는 협상을 요구한다는 의도도 있기에 이 규정을 악용해 적을 안심시킨 다음 기습하면, 전시 국제법 위반으로 처벌 대상이 됩니다.
그럼 전장이 아닌 곳에서의 백기는 어떤 의미일까요.
골목상권 침투 논란이 일었던 카카오가, 결국 일부 사업 철수를 결정하면서 백기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우려를 거두긴 이르다는 시선이 많습니다.
카카오가 꽃과 간식 배달 등 일단 몇몇 분야에서 철수는 했지만, 문어발식 확장을 멈출지는 의문이라는 겁니다. 대형 플랫폼이 장악할 수 있는 분야는 언제든 파고들 수 있기 때문이죠.
또 카카오는 총수인 김범수 의장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케이큐브홀딩스를 인재육성을 위한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겠다고 했는데, 이곳은 이미 공시 누락과 허위 의혹으로 공정위가 조사 중입니다.
그간 네이버와 카카오의 인수합병 을 단 한 번의 거부 없이 76건 모두 승인해 준 공정위가 과연 케이큐브홀딩스 조사는 제대로 할까요.
카카오는 10여 년 만에 158개 계열사를 가진 거대 기업이 됐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대리운전이나 미용실, 퀵서비스 등 대기업의 사업 영역으로 보기 어려운 분야에 지속적으로 진출하면서 몸집을 불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울렸습니다. 우리가 대형 기업에 바라는 건 이런 게 아니죠.
그리고 논란이 나오면 늘 정해진 시나리오처럼 기금 출연 얘기가 나오는데, 우는 아이 떡 하나 주는 방식이 아닌, 진짜 상생할 수 있는 사업모델을 제시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김범수 의장은 '지난 10년간 추구했던 성장방식을 과감히 버리겠다.'라고 했습니다. 글쎄요. 말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하겠죠. 그저 당국의 고강도 규제를 피하기 위한 임시방편 백기일지, 실제 변화의 시작일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카카오 백기 들었지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