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서울 마포에서 처음 맥줏집을 시작해 23년째 자영업을 한 A씨(57)는 지난 7일 자택인 원룸에서 싸늘한 시체로 발견됐다. 사망 시점은 며칠 전, 지인과 마지막으로 연락이 닿은 것은 지난달 31일이었다. 그의 발인은 12일 서울 한강성심병원에서 진행됐다.
A씨의 가게는' 숯불 바비큐' 같은 인기 메뉴가 방송에 여러 차례 소개될 만큼 손님으로 북적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회식 장소로 인기가 많아 연말에는 종일 단체 예약을 받아야 할 정도였다. A씨의 업소는 몇년 만에 일식주점, 한식뷔페 등 4곳으로 늘었다.
단기간에 성공적으로 사업 규모를 키웠던 A씨는 인근 자영업자들이 "A씨가 복지 기준을 높여놔 사람을 뽑기 힘들다"고 토로할 정도로 직원들을 챙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요식업계에서 드물게 주 5일제를 실시하고 연차를 만들었다. 사업을 키우며 늘어난 직원들에게도 업소 지분을 나눠줬고 어려운 일을 겪는 것을 알게 되면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A씨는 사업을 키우면서 사회에도 수익을 환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식뷔페를 운영하며 일부러 음식을 많이 장만해 복지재단에 보냈고 정당, 단체 등에 꾸준히 후원금을 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닥치고 정부의 영업시간 제한, 4인 제한, 2인 제한 방침 등이 장기화되면서 A씨의 사업은 몰락했다. 매출이 1/3로, 하루 10만원 밑으로 추락했고 지난해 말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이 한층 강화되며 결국 막다른 길로 몰렸다. 4개였던 가게를 100석 규모의 가게 1곳으로 정리했지만 월세 1000만원과 직원들 월급도 감당할 수 없는 기간이 이어졌다. 정부의 백신 수급 실패와 델타변이 바이러스 확산은 상황 개선에 대한 희망을 꺾었다.
A씨는 세상을 뜨기 전 직원들의 월급을 주기 위해 살고 있던 원룸을 뺀 것으로 전해졌다. A씨와 함께 발견된 휴대전화에는 채무 상환을 독촉하거나 집을 비워달라는 문자메시지들이 발견됐다.
이날 고인의 빈소에는 그와 함께 일한 직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온라인 추모 공간에도 "사장님께 드린 게 없어서 너무 죄송합니다", "힘들 때마다 항상 반갑게 맞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8~9년 전에 알바했던 ○○예요. 이제는 편안하게 쉬세요" 등 고인을 그리는 글들이 게재됐다.
[김형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