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망진창'이라는 의미로 쓰이는 '개판 5분 전'이란 말이 있지요. 그런데 이 말은 6·25전쟁 당시 피란민촌에서 배식 밥솥 뚜껑을 열기 전 외쳤던 말로, 줄을 서라는 일종의 신호였다고도 전해집니다. 판을 열기 5분 전이라는 뜻으로요.
가슴 아픈 시대가 끝나고 70여 년이 지난 현재는 비대면 시대가 되면서 줄을 서는 대신 손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플랫폼 의존형 삶'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소비자는 편해졌죠. 그런데 모두가 소비자로만 존재하는 건 아닙니다. 택시를 모는 기사는 카카오에 카카오택시로 등록돼 손님의 목적지를 알려면 매달 9만9천 원의 수수료를 내야 합니다.
동네에서 슈퍼마켓을 하며 2, 3만 원 이상 사면 배달을 해주던 슈퍼마켓 주인은 이제 라면 한 개, 음료수 한 병만 사도 배달을 해주는 쿠팡이츠 마켓과 싸워야 합니다. 참 쿠팡은 의무휴업일도 없지요.
동네 공인중개사 사장은 직방과 파트너십을 맺으려면 중개 수수료의 50%, 무려 절반을 떼 줘야 합니다.
어제 국회 토론회에서 카카오에 고객과 이익을 빼앗겨 잠식당한다는 의미의 '카카오 당하다'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한 걸 보면, 한두 사람의 얘기가 아닌 거죠.
그럼 소비자 입장에선 마냥 편하기만 할까요. 카카오에서 택시를 불러주며 빠른 도착을 보장하는 대신 수수료만 5천 원 얘기가 나왔던 걸 기억해보면 플랫폼 사업자는 결코 소비자의 친구도 아닙니다.
여당이 하반기 정기국회 핵심으로 '플랫폼 경제'를 지목했으니, 이제 국회에서 잠자던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처리는 속도가 좀 붙을까요. 계속 발전하는 플랫폼 사업을 규제로 계속 막기만 해서도 안 되는 만큼, 상생의 지혜를 짜내야 합니다.
이게 제대로 되지 않으면, 우린 다시 플랫폼이라는 거대 기업의 배식 밥솥 앞에서 줄을 서며 개판 5분 전이라는 말을 들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70년 전과 다를 게 있다면 손에는 모바일을 들고 있다는 것뿐이겠지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개판 5분 전' 안 되려면'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