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현수막 아래 '배송거부 택배'…"명복 빌어도 시원찮을 판에"

대리점연합회 “노조원 고의로 가져다 놨다”
택배노조 “자체조사 결과…정황 발견 안돼”

↑ 김포 택배대리점주 추모 현수막 밑에 놓인 배송거부 택배 사진 / 사진=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연합회 제공, 연합뉴스

택배노조의 집단 괴롭힘을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한 40대 김포 택배대리점주와 관련해 한 대리점에서 그를 비난하는 듯한 의도가 담긴 사진이 퍼져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연합회 등에 따르면 오늘(3일) 대리점주들 사이에서 강원도의 한 대리점 사진이 공유됐습니다.

사진에 따르면 건물 외벽에는 김포 택배대리점주 이 모 씨를 추모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습니다. 현수막 아래는 배송 거부 택배 상자 5개가 놓여 있습니다. 택배대리점연합회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조 소속 노조원들이 고의로 가져다 놓았다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한 택배대리점연합회 관계자는 “고인의 명복을 빌어도 시원치 않을 판에 타지역 노조원들은 이를 비난하는 듯한 행동을 하고 있다”며 “해당 대리점에 운영상 요구사항을 얘기할 수는 있으나 이런 식의 의사표시는 비난의 대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러나 전국택배노조는 택배대리점연합회의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자체 조사를 실시한 결과 노조원들이 상자를 가져다 놓은 정황은 없었다는 설명입니다.

↑ 김포 택배대리점주 A씨가 남긴 유서 / 사진=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연합회 제공

앞서 이 씨는 지난달 30일 김포 한 아파트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A4 용지 2장 분량의 유서에는 노조원 12명의 이름과 이들의 집단행동을 원망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유족 측이 공개한 유서에 따르면 “처음 경험해본 노조원들의 불법 태업과 쟁의권도 없는 그들의 쟁의 활동보다 더한 업무방해, 파업이 종료되었어도 더 강도 높은 노조 활동을 하겠다는 통보에 비노조원들과 버티는 하루하루는 지옥과 같았다”며 “다시 좋은 날이 있겠지 버텨보려 했지만 그들의 집단 괴롭힘,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태업에 우울증이 극에 달해 버틸 수 없는 상황까지 오게 됐다”고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전국택배노동조합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비아냥과 조롱은 있었지만 고인에 대한 폭언은 없었다며 자체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어 이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원인은 CJ대한통운이 대리점 포기를 요구했기 때문이라며 책임은 원청업체인 CJ대한통운에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유족 측은 “노조가 끝까지 왜곡하고 있다”고 반발했고, 택배대리점연합회는 택배 당일배송 거부는 계약위반 행위라고 맞대응하며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예고한 상태입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