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갚은 유기견…빗속 실종 93세 치매 할머니, 40시간 체온 나눠 살렸다

빗속에서 집을 나섰던 90대 치매 노인이 실종 40시간만에 무사히 구조됐다. 따라나섰던 반려견 '백구'가 탈진해 쓰러진 할머니를 곁에서 체온을 나눈 덕이다.
충남 홍성군과 TJB 대전방송에 따르면 지난 25일 새벽 반려견 '백구'와 집을 나선 김모(93) 할머니는 마을을 벗어나면서 연락이 끊겼다. 인근 축사 폐쇄회로(CC)TV에 찍힌 게 마지막 모습이었다.
마을 주민이 총동원 되고, 경찰과 방범대가 인근 주변을 샅샅이 뒤졌으나 할머니를 찾지 못했다.
경찰은 마지막 수단으로 열화상 탐지용 드론을 이용해 수색에 나섰고, 실종 40시간 만에 2㎞ 떨어진 농로 안쪽에 쓰러져 있는 할머니를 발견했다. 육안으로는 쉽게 찾을 수 없는 곳이었다.
할머니가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은 백구 덕분이었다. 백구는 빗속에서 탈진해 쓰러져 있는 할머니 몸을 비비며 체온을 유지했고, 경찰의 열화상 탐지 드론이 백구의 생체 신호를 탐지해 위치를 찾을 수 있었다.
충남경찰청 드론 운용 행정관은 "할머니께서는 물속에 누워 계셨기 때문에 체온이 정확히 표현되지 않았다. 옆에 있던 강아지가 체온이 높아서 진하게 표현이 됐기 때문에 발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유기견이었던 백구는 3년 전 자기보다 훨씬 큰 개에 물려 사경을 헤매다 할머니 가족이 보살펴주면서 인연을 맺었다. 그 이후 김 할머니와 백구는 한시도 떨어지지 않을 만큼 둘도 없는 사이가 됐다.
김 할머니의 딸 A씨는 "백구가 우리한테 정이 많이 들었는지 하여튼 잘 쫓아다녔다"면서 "그 은혜로 할머니를 구해준 것 같다"고 말했다.
[류영상 매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