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나운 개인 거 알면 만지지 마세요"…견주 과실치상 '무죄'

재판부 "개 습성 알고 만진 피해자 부주의"

개의 사나운 습성을 알면서도 만졌다가 물리는 사고를 당했다면 견주에게 책임이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오늘(1일) 법조계에 따르면 울산지법 형사5단독 김정철 부장판사는 과실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70대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A 씨는 지난 2019년 3월 자신이 울산 남구의 한 농지에서 기르던 개(진돗개 잡종)가 나란히 밭을 경작하는 사이인 지인 70대 B 씨를 물어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A 씨는 야생 동물로부터 밭을 지키기 위해 기르던 개의 목줄이 헐거워지자 새로운 목줄 고리를 가지러 가면서 B 씨에게 개를 봐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술에 취해있던 B 씨는 개의 옆에 앉아 개를 쓰다듬었고, 개가 갑자기 B 씨의 팔을 물어 전치 6주의 상처를 입었습니다.

검찰은 A 씨의 개가 고라니 등 야생 동물을 사냥할 정도로 사나운 습성을 가지고 있었고, 목줄 고리가 헐거워 풀릴 수 있었음에도 충분한 안전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견주 A 씨에게 책임을 물어 기소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B 씨 역시 해당 개의 사나운 습성을 잘 알고 있는 상태에서 자신의 부주의로 물렸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B 씨는 평소 개에게 먹이 주는 일을 했기에 개가 사람을 물 수 있다는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며 "그러나 상당량의 술을 마신 채 개를 만졌다가 사고가 난 것으로 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차유채 디지털뉴스 기자 jejuflower@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