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일 기자에게 수신된 보이스피싱범의 문자메시지. 시중은행 A은행을 빙자하고 실제 중소벤처기업부의 `중·저신용 소상공인 특례보증`보다 좋은 대출조건을 내걸어 사람들을 현혹했다. [이윤식 기자] |
"귀하는 2차 추경안 편성에 따른 '긴급정책자금 대출' 신청 대상자로 사전 안내문자 드렸으나 현재까지 신청하지 않은것으로 분류되어 재안내 드립니다.(B은행)"
1일과 지난달 31일, 휴대전화에 장문의 문자메시지 2건이 수신됐다. 각각 4대 시중은행이라며 소개했지만,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들을 위한 정부의 '중·저신용 소상공인 특례보증'을 빙자한 보이스피싱범의 소행으로 강력히 의심됐다. 상식적으로 직장인인 기자에게 소상공인 대상 지원 정책이 적용될 리 없다. 피싱범조차 지원대상을 "방역 목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인한 집합금지·영업제한 등 누적 피해가 큰 소상공인"이라고 했다.
각 은행 본사에 확인한 결과 "100% 피싱범"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A은행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정부 정책상품이 됐든간에 대출 관련 해서 은행이 매스(대량)문자를 보내지 않는다"며 "이런 보이스피싱에 대해 영업장에서도 전광판 등을 통해 주의를 당부하고 신고하라고 안내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나도 오늘 오전에 타 은행 사칭범의 보이스피싱 문자를 받아서 신고했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2차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지원정책을 펴는 가운데, 금융기관 등을 빙자한 보이스피싱 사기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대출사기 문자 일평균 신고건수는 지난해 9월 272건에 불과했지만 지난 7월은 1846건, 8월은 1172건을 기록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피싱범들은 불특정 다수의 국민을 대상으로 동일한 문자를 무작위로 대량 발송한다. 수신자를 특정해 개별 발송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무작위로 대량 발송한 것이다. 피싱범들은 신청기한을 "오는 3일까지"로 못 박는 치밀함도 보였다. 사나흘 안에 지원을 해야한다고 속여 피해자로 하여금 조급함이 들게 하기 위한 방편으로 풀이된다.
↑ 지난달 31일 기자에게 수신된 보이스피싱범의 문자메시지. 시중은행을 빙자하고 실제 중소벤처기업부의 `중·저신용 소상공인 특례보증`보다 좋은 대출조건을 내걸어 사람들을 현혹했다. [이윤식 기자] |
실제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달 5일부터 실시하는 '중·저신용 소상공인 특례보증' 사업 대출금액은 최대 2000만원이고 1년 거치, 4년 상환으로 총 5년 대출이다. 대출금리는 신용등급과 관계없이 2.3%고 보증수수료(0.8%)는 1년차에는 면제하고, 2~5년차에는 0.2%포인트 감면한 0.6%다.
더 악랄한 것은 자기가 피싱범이면서도 '대출빙자형 보이스피싱 피해예방 안내' 문구를 넣어 피해자를 속이려 한 점이다. 문자메시지에는 " '대리입금 가능, 누구나 대출·신불자 대출'등 노리는 광고를 주의" "신용등급 상향비, 대출진행비 등 요구시 100% 사기"라는 안내가 들어가 있었다. '080'으로 시작하는 무료 수신거부 신청번호까지 적혀 있었다.
B은행 사칭범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개인전화로 피싱범에게 전화를 하지 말라는 금융기관의 조언에 따라 경찰서 기자실 유선전화를 사용했다. 경찰서 안내 멘트가 나오지 않는 회선이었다. 피싱범에게 전화를 걸자 수화기로 "고객님의 한결같은 믿음, 더 큰 신뢰로 보답하겠습니다"로 시작되는 안내 멘트가 나왔다. 실제 B은행의 전화 안내멘트와 달랐을뿐더러 정작 자기들이 무슨 은행이라고 밝히지도 않았다. "코로나 안전한 예방을 위해 재택근무 및 마스크 착용을 실행하고 있다. 이번 서민지원 정책을 통하여 간편하고 빠른 대환대출 및 긴급생계자금 대출 상담을 원하면 1번, 원치 않으면 9번을 눌러달라"고 안내할 뿐이었다.
1번을 누르자 "연락받으실 전화번호를 누르신 후 별표를 눌러달라" "대출금액을 만원 단위를 입력후 별표를 눌러달라"는 안내가 따랐다. 모두 입력하자 "상담 요청이 등록됐다. 전화로 연락드리겠다"는 멘트가 나온 후 전화가 끊겼다. 그러나 피싱범으로부터 전화는 오지 않았다. 피싱범이 유선번호 사용자를 꺼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금감원은 "금융회사를 사칭해 정부의 특별 자금지원을 빙자한 대출광고 문자는 모두 보이스피싱에 해당하니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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