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4월 보궐선거 당시 토론회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고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지난 31일 서울시청을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논란이 거세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서울시 도시교통실과 도시계획국 등을 압수수색해 2006∼2011년 '파이시티' 인허가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고 한다.
경찰은 오 시장이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파이시티 사건'이 자신의 시장 재직 시절과 관계된 사건이 아니라는 취지로 발언한 것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는 고발을 접수해 수사를 벌여왔다.
파이시티 사업은 서울 서초구 양재동 225번지에 있는 약 3만평 대지 위에 백화점, 업무시설, 물류시설 등 복합유통단지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애초 화물터미널이었던 부지를 다른 용도로 변경하면서 각종 특혜·비리 의혹이 불거졌다.
2008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서 수정 가결됐고, 이듬해 11월 인허가를 받았으나 결국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해 중단됐다.
하지만 경찰이 오 시장 발언을 빌미로 마치 엄청난 비리가 있는 것처럼 서울시청을 7시간동안이나 압수수색한 것은 과잉수사로 비칠 소지가 다분하다.
서울시청의 주장대로, 오 시장 발언은 과거의 기억에 의존한 답변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압수수색 이전에 사실조회 등을 통해 사실 관계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사안이다.
게다가 대법원은 지난해 7월 "후보가 토론회에서 적극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하지 않았다면 죄를 물을 수 없다"는 판결까지 내린 바 있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대선 토론회에서 "형의 정신병원 강제입원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부인한 것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250조1항)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 취지(7대 5)로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대법원은 "토론회에서 후보가 부인한 것은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방식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한 것이 아니기에 법 위반이 아니다"고 밝혔다.
즉, 토론회에서 방어적으로 나온 후보 발언을 엄격한 잣대로 판단하면 자유로운 선거는 물론 헌법에 규정된 표현의 자유까지 제약될 수 있는 만큼 폭넓게 발언이 허용돼야 한다는 취지다.
이런 판결에 비춰보면 오 시장 발언도 답변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적극적인 허위사실 공표로 보기 어렵다.
그런데도 경찰이 작심한 듯 서울시청 압수수색이라는 무리수를 둔 것은 최근 성범죄 도주자인 전과 14범 강모씨의 연쇄살인사건에 대한 비난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노림수로 볼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오 시장은 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주도한 태양광·사회주택 등 거액의 시민 혈세가 투입된 사업들에 대해 집중 감사를 벌이고 있다.
이 사업들에는 여권 인사들과 친정권 성향의 시민단체, 협동조합 등이 다수 개입돼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경찰 수사가 행여라도 이같은 오 시장의 행보에 어깃장을 놓을 작정이라면, 이것은 명백한 정치수사이자 야당인사 탄압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경찰이 현 정권 탄생의 공신인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해선 구속영장이 발부된 지 20일이 지나도록 집행을 하지 않으면서, 정작 서울시장 수사에만 집중하는 것은 형평에도 맞지 않다.
경찰은 이제라도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을 만한 수사는 삼가야 한다.
가뜩이나 시중에 "경찰이 수사권을 부여한 현 정권에 어떤 식으
경찰이 진정한 민중의 지팡이라면, 정략적 수사보다는 전과 14범의 연쇄살인 같은 충격적 범행으로 국민들이 또다시 불안에 떨지 않도록 치안 관리에 더욱 만전을 기해야 한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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