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제공 =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
김씨는 "결혼 생활에서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 아내와 서로 크게 공감했다"며 "회사에서 휴가를 받아도 육아를 비롯한 각종 집안일에 치일 때가 많아 휴가를 즐긴 적은 없었다. 둘 중 한 사람이라도 해방된 기분을 느껴보자고 합의하고 휴가를 몰아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씨도 "출산 이후 제대로 쉰 적이 없었는데 이번 여름 휴가 때 평소 못 보던 책과 영화를 보면서 정서적으로 재충전하고 왔다"며 "직장인으로서 공식적으로 누릴 수 있는 휴가 기간은 1년에 10일 남짓인데 그 중 며칠이라도 알차게 보내고 싶었다. 다음 휴가 때는 남편이 자유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휴가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유명 관광지로 이동하는 대신 호캉스를 비롯한 랜선여행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MZ세대로 불리는 2030 부부들 사이에서는 한 사람이 가사를 도맡고 다른 사람은 온전히 휴가를 즐기는 '휴가 몰아주기' 등의 방식이 퍼지고 있다.
최근 숙박·액티비티 플랫폼 여기어때가 회원 1980명을 대상으로 '휴가 중 하고 싶은 것'을 설문조사한 결과 '호캉스(57.4%)'가 1위에 올랐다. 또 회원 1115명을 대상으로 '올여름 아쉬움 달래는 방구석 힐링 여행 방법'을 물었더니 53.8%가 '당일치기 나들이'를, 40%가 '방구석 랜선 여행'을 했다고 답했다.
이처럼 휴가를 보내는 방식이 과거와 달라지면서 한 가족 안에서도 다른 방식으로 휴가를 즐기겠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가족구성원 모두가 동일한 시점에 함께 휴가를 보내지 않고 서로 합의한 범위 안에서 휴가를 자유롭게 보내는 것도 하나의 문화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 [사진 제공 =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
윤씨는 이어 "과거에는 남편과 휴가 일정을 조율하는 것만으로도 피곤했다"며 "이번 휴가 때는 처음부터 끝까지 무언가에 쫓기는 기분 없이 자유롭게 일정을 잡을 수 있었다는 점만으로도 만족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남편도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다음 휴가 때는 내가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호텔들은 이 같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반나절 패키지 상품을 출시하는 등 틈새시장에 대응했다. 서울 강남권의 한 비즈니스 호텔 관계자는 "호캉스라는 유행어가 만들어진 게 벌써 3년이 넘었다"며 "손님들의 연령이나 직업, 동반인 여부도 다양해진 추세라 저녁 9시 이후 체크인-오후 3시 체크아웃, 숙박 없이 반나절 이용 패키지, 와인이나 미식을 제공하는 패키지 등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해외를 비롯한 유명 여행지에 갈 수 없게 되면서 오히려 휴가 기간 동안 이직을 준비하는 등 개인의 내실을 다지는 기회로 사용하겠다는 분위기도 잡혔다. 5년차 직장인 한재림 씨(가명·34)는 "이번 휴가 기간 동안 평소 관심이 있던 다른 업계 선배와 만나 상담을 받고 이력서를 작성했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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