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얼굴 공개한 피해 모친의 울분…"데이트 폭력 아닌 살인"

유족 측 “살인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어”
경찰, 상해치사 무게…“폭행, 사망 인과관계 확인해야”

연인관계를 알렸다는 이유로 남자친구에게 폭행을 당해 숨진 20대 여성의 어머니가 방송을 통해 딸의 얼굴과 이름을 공개했습니다. 가해 남성의 행동이 ‘데이트 폭력’이 아닌 ‘살인’임을 주장하고, 제대로 된 처벌이 내려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현재 경찰은 남성의 살인 고의성을 확정하기 어려워 상해치사 혐의를 놓고 수사하고 있습니다.

고(故) 황예진 씨의 어머니는 26일 SBS를 통해 당시 폭행 장면이 담긴 CCTV를 공개했습니다. CCTV에 따르면 남자친구 A 씨가 황 씨를 벽에 강하게 밀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후 황 씨는 맥없이 바닥에 쓰러졌습니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황 씨는 A 씨와 건물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유족 측은 이때 추가 폭행이 이뤄져 입술이 붓고, 위장출혈, 갈비뼈 골절, 폐 손상 등이 발생했다고 주장합니다.

이후 A 씨는 황 씨를 엘리베이터에 태웠습니다. 그러나 황 씨는 의식이 없는 듯 엘리베이터 바닥에 축 늘어져 있었고, 옷에 핏자국도 선명했습니다. A 씨는 황 씨의 상체를 들고 질질 끌어 1층 바닥에 내려놨습니다.

혼수상태의 황 씨는 지난 17일 결국 사망했습니다. 황 씨의 어머니는 해당 매체를 통해 “그냥 연애하다가 싸워서 폭행당해 사망했다? 백 번, 천 번을 생각해도 저희는 이건 살인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A 씨는 수사 과정에서 폭행 이유에 대해 진술을 수차례 바꾼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폭행과 사망 간 인과관계를 확인해야 한다며 상해치사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족 측은 살인죄 적용을 주장하며 사망신고를 미루고 있는 상황입니다.

황 씨의 어머니는 MBN과의 인터뷰에서 “가해자는 자신에게 유리한 대로 마음껏 진술할 수 있지만, 피해자인 제 아이는 곧바로 의식을 잃어버렸고 이제는 이 세상 사람도 아니니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다”며 “억울한 일을 당했지만 억울함을 호소할 길도 없다. 피해자 가족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달라고 부탁드린다”고 울분을 터뜨렸습니다.


한편, 황 씨의 어머니가 올린 ‘데이트폭력 가중 처벌법’을 촉구하는 국민청원은 이날 오전 7시 17분 기준 197,386명이 동의한 상태입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