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허위신고로 골든타임 놓쳐”
“가해자 구속 수사와 신상공개 촉구”
↑ 여자친구 폭행하고 거짓 신고 / 사진=MBN 종합뉴스 |
연인 관계를 외부에 알렸다는 이유로 여자친구를 무자비하게 폭행해 숨지게 한 30대 남성이 인명구조요원 자격을 취득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가해 남성은 ‘수상인명 구조요원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여자친구가 피를 흘리며 의식을 잃은 당시 아무런 응급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여자친구가 술에 취해 기절했다며 119 거짓 신고했고, 피해자를 끌고 다녔다는 증언이 나오며 사람들의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피해 여성 어머니는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남자친구에게 폭행당해 사망한 딸의 엄마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가해 남성이 인명구조요원임을 밝혔습니다. 청원은 오늘(25일) 오전 8시 23분을 기준으로 50,632명의 동의를 얻어 관리자가 공개를 검토 중인 상태입니다.
청원인은 “한 줌 재로 변한 딸을 땅에 묻고 나니 정신을 놓을 지경이지만 딸아이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싶어 억지로 기운 내서 글을 쓴다”고 운을 뗐습니다.
이어 “제 딸을 사망하게 한 가해자는 딸의 남자친구”라며 “가해자는 지난 7월 25일 새벽 2시 50분경, 딸의 오피스텔 1층 외부 통로와 엘리베이터 앞을 오가며 머리와 배에 폭행을 일삼았다. 머리를 잡고 벽으로 수차례 밀쳐 넘어뜨리고, 쓰러진 딸 위에 올라타 무릎으로 짓누르고, 머리에 주먹을 휘두르는 등 도저히 사람이 사람에게 할 수 없는 무자비한 폭력을 자행했다”고 했습니다.
또한 “119가 도착했을 때 딸은 이미 심정지 상태로 머리에서 피가 많이 흘러내리고 있었다”며 “응급실에서는 뇌출혈이 심해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심장만 강제로 뛰게 한 뒤 인공호흡기를 달아 놓았고, 딸은 그렇게 중환자실에서 3주를 버티다 하늘로 떠났다”고 했습니다.
청원인은 “저희 가족은 세상이 무너지는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며 “그런데 가해자는 여전히 거리를 돌아다니며 아무 일 없는 듯 생활하고 있다. 불구속 수사라고 한다. 가해자는 병원은커녕 장례식에 와보지도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 '남자친구에게 폭행당해 사망한 딸의 엄마입니다' 청원글 /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
청원인은 “가해자는 운동을 즐겨 하고 응급구조사 자격증이 있는 건장한 30살 청년이었다”며 “가해자는 고의가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응급구조사 자격증이 있는 이가 쓰러진 딸의 생명이 위험하다는 걸 몰랐을까”라고 반문했습니다.
아울러 “응급구조 노력을 하기는커녕 정신을 잃고 숨도 쉬지 않는 딸을 끌고 다니며 바닥에 일부러 머리를 떨어뜨리는 행동을 한 이유는 무엇이냐. 술에 취해 스스로 넘어졌다는 허위 신고를 한 이유는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또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사람을 보면 곧바로 119 신고부터 하는 게 정상”이라며 “하지만 가해자는 자신의 죄를 덮기 위해 딸을 다른 곳으로 옮긴 뒤 한참 지나서야 119에 허위 신고를 하고, 쓰러진 딸을 일부러 방치해 골든타임을 놓치게 했다. 이런 행동은 살인 의도가 있었음이 분명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끝으로 청원인은 “제 딸은 사망해 억울함을 호소할 수 없다. 이대로 넘어간다면 앞으로 계속해서 또 다른 피해자가 억울하게 죽어갈 것”이라며 “아이나 여성 등 약자에게 가하는 폭력은 살인과 다름없다. 여성을 무참히 폭행해 죽음에 이르게 한 가해자의 구속 수사와 신상공개를 촉구한다
경찰은 피해자에게 상해 혐의를 적용해 가해 남성을 지난달 27일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기각했습니다. 그러나 피해자가 사망함에 따라 상해 치사 등 혐의 변경해 구속영장을 재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입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