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피해자 술에 취해 성적 자기 결정권 행사하기 어려운 상황"
술에 취해 차를 택시로 착각해 탑승한 여성을 성폭행하려 했던 40대 남성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오늘(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12부(박상구 부장판사)는 준강간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모(40)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으며, 보호관찰과 함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 3년간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제한을 명령했습니다.
2019년 12월, 이 씨는 서울 관악구에서 술에 취했던 여성 A씨가 자신의 차에 올라타자 A씨를 상대로 성폭행을 시도하다가 미수에 그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이씨는 처음 "택시가 아니다"라며 A씨에게 하차를 요구했지만, A씨가 행선지를 말하고 힘없이 주저 앉는 등 술에 취한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판단되자 차를 세우고 범행을 시작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A씨는 이 과정에서 정신을 차려 이씨에게 "밖을 나가자"고 말했고, 이씨가 방심한 틈을 타 비명을 지르며 차에서 나와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그러나 이씨는 경찰에서 "A씨가 술에 취해 있었다", "차에서 구토하려고 하는 등 막무가내였다"고 진술했습니다.
또한 법정에서 A씨가 심신상실 상태가 아니었고 성관계에 동의했다고 주장했고, 이를 입증하겠다며 범행 당시 상황을 녹음한 파일을 증거로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녹음파일에서 A씨가 성관계에 동의하는 내용은 전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또한 성폭력 피해자 지원기관 해바라기센터가 사건 직후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를 확인한 결과 만취 상태인 0.158%였습니다.
결국 법원은 이 같은 정황을 고려해 '합의에 의한 성관계'라는 이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술에 취해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사회통념상
덧붙여 "피고인은 범행을 부인하면서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을 반복하고, 강제추행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데도 다시 범행을 저질렀다"면서도 "다만 피해자가 피고인과 합의해 처벌을 원치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