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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희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 [사진 = 이윤식 기자] |
한상희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은 최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지난달 청와대의 공수처 압수수색이 임의제출 형식으로 이뤄진 데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공수처는 이규원 검사의 '윤중천 면담보고서 왜곡·유출 의혹'에 연루된 이광철 대통령비서실 민정비서관에 대한 수사를 위해 지난달 21일 압수수색을 실시했는데 실제로는 임의제출 형식으로 이뤄졌습니다.
공수처는 청와대가 압수수색을 거부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지난달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청와대에 대한)압수수색 영장에 실시 방법에 임의제출을 포함하는 것으로 기재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애당초 임의제출 방식을 포함해 영장을 발부받은 것입니다.
한상희 실행위원은 '청와대 임의제출'이 관행으로 굳어졌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박근혜정부가 검찰의 청와대 압수수색을 거부해 시민사회의 지탄을 받은 적이 있었다. 이후 청와대는 검찰과 협의를 거쳐 임의제출 형식으로 자료를 건네주는 식으로 이 문제를 처리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미국처럼 법원의 명령으로부터 집행부의 면책특권을 인정하는 관행이 있는 경우라면 몰라도 압수수색영장을 사실상 무효화시키는 조치는 매우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공수처는 권력형범죄를 수사하기 위해 특별히 설치된 기관이고 그 권력의 최정점에 자리한 것이 청와대"라며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도 가능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번주 '청와대 앞 사람들'에선 한상희 실행위원과의 인터뷰를 다뤄보려 합니다. 진보성향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에도 청와대 앞을 찾아 기자회견 등을 통해 각종 사안에 대한 의견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한 위원은 문재인정부의 검경수사권 조정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그는 "공수처를 설치하고 검경수사권을 조정한 것은 우리 사법사에서 큰 획을 그은 것"이라면서도 "(수사권 조정은)검찰이나 국정원의 권력을 빼앗아 경찰에 넘겨주는 방식으로 권력을 이전하는데에 그쳤다"고 평가했습니다.
수사권 조정으로 비대해진 경찰에 대한 견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도 강조했습니다. 한 위원은 "무소불위의 권력은 검찰이 아니라 경찰이 돼 버렸다. 국가수사본부 설치나 자치경찰제 실시 등 경찰개혁은 미봉책 수준에 그쳤다"며 "경찰이 고소장 접수를 거부하는 사례처럼 경찰이 수사권을 오남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시민들의 체계적인 감시와 통제장치가 절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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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희 참여연대 실행위원(왼쪽에서 두번째)이 지난 6월 29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회관에서 열린 '시민이 참여하는 자치경찰 통제 방안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이와 함께 시민단체의 협력도 촉구했습니다. 한 위원은 "집회라고 해서 방역에 필요한 조치로부터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집회참가자들은 집회 중일 때뿐 아니라 집회를 전후한 시기에까지 2m 이상의 거리를 유지하고 또 방역수칙을 제대로 지켜야 한다"며 "방역수칙을 위반한 집회참가자들은 그 나름의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부가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영업제한 조치를 취하는 데에는 "자영업자 등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라는 전국민적 위기상황을 관리하기 위해 정부는 의당 필요한 범위내에서 집합금지 내지는 영업제한조치를 할 수 있다"면서도 "영업손실에 대해 정부는 정당한 보상을 지급해야 하며 그것이 우리 헌법 제23조(국민의 재산권)의 명령"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팬데믹 상황인만큼 국가재정건정성 보다 국민들의 삶 보전에 집중하라는 지적입니다.
참여연대는 흔히 친여 성향으로 분류됩니다. 장하성·김상조·김수현 등 문재인정부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중 세 명이 참여연대 출신이기도 합니다. 문재인정부를 두고 '참여연대 정부'라는 말이 나오기도 합니다. 2019년 '조국 사태' 때 참여연대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감싸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조 전 장관도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을 지냈습니다.
그러나 참여연대가 항상 현 정부를 옹호하는 활동만 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지난 3월에 터진 'LH(한국토지주택공사)직원 3기신도시 투기 사태'는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 함께 처음으로 의혹을 제기를 한 사안입니다. LH사태는 4·7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한상희 실행위원은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의 헌법학 교수로, 2019년부터 서울시인권위원장도 맡고 있습니다. 노무현정부에서는 법무부 정책위원회 위원을 맡았습니다.
이번 인터뷰는 지난달 면담과 이달 초 서면 인터뷰를 통해 이뤄졌습니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입니다.
―지난달 민주노총의 7·3 전국노동자대회에 주최측 추산 8000명이 참석했고, 같은 달 '코로나 대응 전국 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는 도심에서 야간 차량시위를 했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와 경찰 등은 오는 광복절집회에 대해 취소 통보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감염병예방법 제49조에서는 감염병예방조치 중의 하나로 집회를 비롯한 여러 사람의 집합을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잘못된 입법이다. 코로나예방을 위해서는 집합이 금지돼야지 집회가 금지될 수는 없다. 집회는 언론매체 등에의 접근권을 갖지 못한 일반 시민들이 자신들의 주장이나 요구를 세상에 알릴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자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대상이다. 집합과 집회는 엄연히 구분돼야 한다. 민주사회에서는 감염가능거리에 두 사람 이상이 근접해 있는 집합은 금지될 수 있을지 몰라도 방역수칙을 준수하면서 한 목소리를 내는 집회는 금지할 수 없다. 그래서 경찰이나 서울시의 행위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집회의 자유에 대한 침해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19 속 집회 및 시위의 자유라는 기본권과 국민의 건강권을 위한 통제는 어떻게 절충해야 한다고 보는가?
▷물론 집회라고 해서 방역에 필요한 조치로부터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집회 참가자들은 집회 중일 때뿐 아니라 집회를 전후한 시기에까지 2m 이상의 거리를 유지하고 또 방역수칙을 제대로 지켜야 한다. 이러한 방역수칙을 위반한 집회참가자들은 그 나름의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방역수칙을 이유로 집회를 금지해서는 안되듯 집회참가자 중에 임의로 방역수칙을 위반하는 사람이 있다는 이유로 집회를 못하게 하는 조치를 취해서도 안된다. 지자체나 경찰이 해야 할 일은 집회참가자들이 집회주최자나 집회관리자의 통제를 벗어나 방역수칙을 위반하는 일이 없도록 유도하고 지도하는 한편 위반자가 있을 경우 신속히 조치해 이들로부터 다른 사람의 건강과 집회 그 자체를 보호해야 한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정부가 1년6개월여간 산발적 영업제한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자영업자들이 손실보상을 촉구하고 있는데, 어떻게 해결돼야 한다고 보나?
▷코로나19사태라는 전국민적 위기상황을 관리하기 위해 정부는 의당 필요한 범위내에서 집합금지 내지는 영업제한조치를 할 수 있으며 또 그리해야 한다. 하지만 그러한 영업제한조치가 필요하고 또 합법적이라 해서 그로 인해 영업주가 입게 되는 영업손실에 대해 정부가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의당 '정당한 보상'을 지급해야 하며 그것이 우리 헌법 제23조의 명령이다. 정부·여당은 아마도 국가재정에 미치는 부담을 염두에 두는 모양이나 팬데믹 위기에서의 재정관리는 그에 상응하는 비상체제로 전환돼야 한다. 재정건전성보다 더 중요한 것이 우리 국민들이 삶을 제대로 보전하는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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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 위치한 참여연대 회관 전경. [사진 = 이윤식 기자] |
▷무릇 모든 개혁작업은 장기적으로 추진돼야 하며 그 맥락에서 평가돼야 한다. 하지만 검경수사권조정은 국가권력의 총량을 덜어내는 방향이 아니라 검찰개혁이라는 미시적인 의제로 진행되는 바람에 검찰이 가진 수사권을 경찰에게 옮겨 놓는 수준에 그쳐버렸다. 이제 무소불위의 권력은 검찰이 아니라 경찰이 되어 버렸다. 그럼에도 이 경찰을 개혁하는 작업은 거의 이루어지지 못했다. 국가수사본부 설치나 자치경찰제 실시도 미봉책 수준에 그쳤다. 더구나 이 경찰을 민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장치는 거의 없다. 실제 수사권만 하더라도 경찰의 법전문성 문제는 약간의 시행착오를 거치면 적어도 중단기적으로 해소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언론에 보도되듯 경찰이 고소장 접수를 거부하는 사례처럼 경찰이 수사권을 오남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시민들의 체계적인 감시와 통제장치가 절대 필요하다.
―공수처가 지난달 21일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이 임의제출로 이뤄졌다. 이광철 대통령비서실 민정비서관이 이규원 검사가 윤중천 면담보고서를 왜곡하고 유출하는 과정에 연루됐다는 혐의와 관련된 수사였다.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지난 박근혜정부가 검찰의 청와대 압수수색을 거부해 시민사회의 지탄을 받은 적이 있었다. 이후 청와대는 검찰과 협의를 거쳐 임의제출 형식으로 자료를 건네주는 식으로 이 문제를 처리하고 있다. 미국처럼 법원의 명령으로부터 집행부의 면책특권을 인정하는 관행이 있는 경우라면 몰라도, 압수수색영장을 사실상 무효화시키는 조치는 매우 적절하지 않다. 더구나 공수처의 수사가 아닌가? 공수처는 권력형범죄를 수사하기 위해 특별히 설치된 기관이고 그 권력의 최정점에 자리한 것이 청와대이다. 공수처를 대통령으로부터 독립해 설치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도 공수처가 청와대를 압수수색하지 못한다면 공수처의 존재 이유 자체가 없어지는 셈이 돼 버린다.
―검찰개혁·사법개혁에 대한 문재인정부 4년 간의 행적을 어떻게 평가하나? 또 남은 임기에 우선적으로 이뤄야 할 과제는 무엇이 있을까?
▷지난 노무현정부의 사법개혁에서 부족했던 것이 검찰개혁이었다면, 문재인정부의 검찰개혁의제는 초점을 제대로 맞추어 나름의 성과를 이루어내었다. 공수처를 설치하고 검경수사권을 조정한 것은 우리 사법사에서 큰 획을 그은 것이다. 물론 그 부작용은 속출하지만 그런 시행착오는 개혁과정에 우리가 감당해야 하는 비용일 따름이다. 다만 그 개혁의 결과들이 우리 서민들의 삶에 와닿는 부분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검찰이나 국정원의 권력을 빼앗아 경찰에 넘겨주는 방식으로 권력을 이전하는데에 그쳤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검찰을 무서워하던 과거에서 경찰을 무서워해야 하는 현재로 옮겨 왔을 따름이다. 문재인 정부는 남은 임기동안 이 부분의 결여를 메꿔야 한다. 검찰이나 경찰의 수사권이 아니라 국민의 수사권 혹은 국민의 검찰, 국민의 경찰이 되도록 만들기 위해 최소한 두 번째 버전의 개혁의제들이라도 제대로 갈무리해 놓아 다음 정부에 넘겨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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