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무료급식소 '안나의 집'을 운영하는 김하종 신부(64)가 음식의 종류나 재료 원산지 등을 놓고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허탈감을 드러냈다.
김 신부는 지난 1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상하다. 혹시 우리 안나의 집도 호텔 레스토랑처럼 메뉴판을 준비해야 되나"라는 글을 게재했다.
그는 "어제(11일) 노숙인 분들에게 도시락과 다음날 아침으로 드실 빵을 드렸다. 그런데 한 할머니께서 빵 봉투를 받고 열어보시더니 '전 이런 빵 안 먹어요. 파리바게트 단팥빵 없을까요? 있으면 바꿔주세요' 라고 말했다"고 운을 뗐다.
또 "어느 날은 어떤 할아버지께서 도시락을 받아가신 뒤 다시 오셔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신부님 이거 이천쌀 아니죠? 이천 쌀 아니면 안 먹어요. 다음부터 이천 쌀로 밥 해주세요'"라고 부연했다.
이어 "당황스러웠다"며 "불교 신자 분들의 도움으로 올해부터 물을 드리고 있는데 물을 받으시고는 '물이 너무 따뜻해! 다음부턴 시원하게 얼려서 줘'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다"고 토로했다.
김 신부는 "이런 요구를 들을 때마다 많이 당황스럽다"며 "메뉴판을 준비해야 하나 싶을 정도도 있다. 도시락, 간식, 후원물품들은 당연하게 있는 것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많은 분의 후원, 그리고 봉사자, 직원분들의 사랑과 노고가 있기에 있을 수 있다. 이 점을 알고 당연한 마음이 아닌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가 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 신부가 운영하는 안나의 집 무료급식소는 앞서 지난해 12월 벤츠를 타고 온 중년 모녀가 무료 도시락을 받아간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김 신부는 "스스로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분들에게는 도시락 하나가 한 끼일지 모르지만, 노숙인 한 명에게는
이탈리아 출신인 김 신부는 지난 1990년 한국을 찾은 뒤 2005년 귀화했다. IMF 이후 실직자들에게 음식을 제공한 것을 계기로 '안나의 집'을 시작한 그는 지금까지 240만끼가 넘는 음식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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