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구하기도 힘든데 결혼식도 눈치봐야…" 예비부부들 서글프다

↑ 결혼식. [매경DB]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로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가 연장되면서 예비부부들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짧고 굵게' 4단계가 끝날 줄 알고 청첩장을 돌렸는데, '49인' 제한이 지속되면서 연기를 하기도, 양해를 구하기도 애매한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예비부부들 사이에서는 콘서트장이나 종교시설과 비교해 유독 결혼식장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 지난달 18일 서울 중구의 한 예식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1. 7. 18. [박형기 기자]

◆ 정부 말만 믿었는데...4단계 연장에 결혼식도 오락가락

지난 6일 정부는 수도권에서의 '거리두기 4단계'를 2주 연장한다고 밝혔다. 거리두기 4단계에선 결혼식과 장례식은 친족만 허용되고 ,친족 역시 49인까지만 참석 가능하다. 친족은 8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까지를 의미한다. 또 테이블 간 1m 거리두기 또는 좌석·테이블 한 칸 띄우기. 테이블 간 칸막이 설치가 의무다. 단 8인 이상 테이블에는 좌석 한칸 띄우기 또는 테이블 4인 기준으로 칸막이를 설치해야 한다.
예비부부들은 계속되는 거리두기 4단계 연장조치에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고 있다. 이달 말 결혼 예정인 예비신부 A씨는 "예비부부들 사이에서 '결송합니다(결혼해서 죄송합니다)'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라며 "유독 결혼식에만 엄격한 방역수칙을 고집하는지 납득이 안된다"고 말했다.
가을 결혼 예정인 예비부부들 역시 난감하긴 마찬가지. 9월 결혼 날짜를 잡은 예비신부 B씨는 "결혼식만 계속 쥐어짜니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축복받고 축하 받아야 할 날에 죄인마냥 청첩장도 눈치보면서 주고, 아무 생각없이 '연기하지'란 말을 들으면 상처받는다"고 밝혔다.

↑ 지난 6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결혼식을 콘서트장에서 하면 괜찮습니까"라는 청원이 게재됐다. [사진 출처 =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 "결혼식, 콘서트장서 하면 괜찮나?"...시설마다 다른 기준 논란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 신부들은 거리두기 세부조항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공연장, 종교시설 등에 비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실제 4단계 거리두기 단계에서도 지정 좌석제를 운영하는 정규 공연 시설에서의 공연은 최대 5000명까지, 대면 종교 활동은 99명까지 가능하다. 당초 수도권에서는 대면 종교 활동은 최대 19명까지 가능했다. 하지만 잇단 문제제기로 수용인원 101명 이상의 대규모 종교 시설에서는 10% 이내, 최대 99명까지 모일 수 있도록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결혼식을 콘서트장에서 하면 괜찮습니까?'라는 청원이 게재되기도 했다. 청원인은 "콘서트나 종교 활동도 밀폐된 공간에서 모이는 건 결혼식장과 다를 바 없다"며 "지침이라는 게 적어도 형평성은 가져야 하지 않나"라고 했다.
공연·종교 활동과 결혼식의 진행 구조가 비슷한데 방역 지침은 다르게 적용된다는 것이다.
가을 결혼 예정인 예비신랑 C씨 역시 "돈은 없고 전세는 주구장창 올라 집 못 구하고 있는 것도 서러운데, 이젠 결혼식까지 제대로 올릴 수 없으니 서글프다"며 "반발하는 곳은 인원 제한을 풀어주고 결혼식만 '선별적 방역지침'을 적용하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김정은 매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