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기내식 대란' 일으킨 공급사 변경…법원 "위법행위 있었다"

↑ 아시아나항공 비행기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지난 2018년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대란' 사태의 발단이 된 기내식 납품업체 교체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위법행위가 있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당시 아시아나항공에서 기내식 없이 항공기를 운행하고, 항공기 출발이 잇따라 지연되는 상황이 발생하며 비판이 일었다.
서울고법 민사18부(부장판사 정준영)는 지난달 16일 기내식 업체 LSG스카이셰프코리아가 아시아나항공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 판결을 뒤집고 아시아나항공이 1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아시아나항공이 LSG에 요구한 계약 연장 조건은 아시아나항공이 아닌 금호산업과 금호홀딩스에 대한 투자"라고 지적하며 "공정거래법상 허용되지 않는 부당한 투자"라고 밝혔다.
이어 "LSG측은 금호홀딩스 등에 대한 투자가 기업 거버넌스에 반한다는 이유로 투자 요구를 거절했기에 아시아나항공도 위법성 문제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는데도 아시아나항공이 공급계약 연장을 거부한 것은 위법한 행위"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지난 2018년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을 싣지 못하고 운항한 '기내식 대란' 사태의 원인이 됐다. LSG는 2003년부터 아시아나항공에 기내식을 납품해 온 업체로, 5년 단위로 공급계약을 재연장하는 합의를 해 왔다. 이 과정에서 금호산업을 통해 인천공항 내 신규 기내식시설 공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양측의 관계가 틀어진 것은 지난 2015년. 판결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측은 LSG가 금호산업의 주식을 매수하는 방식으로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려고 한다는 취지의 메일을 보냈으나, LSG 측은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이에 아시아나항공은 LSG가 한국에서 사업을 유지하려면 다른 대안이 없다며, 공급계약을 연장하며 2억달러를 금호산업에 투자하라고 메일을 보냈다. LSG는 공급계약 연장 조건으로 아시아나항공이 아닌 금호산업과 금호홀딩스 등 제3자에 투자하는 것은 배임행위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투자 요구를 거절했다.
이후 아시아나항공은 투자 조건을 받아들인 중국계 기업 게이트고메코리아와 기내식 공급계약을 체결했고, LSG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아시아나항공을 고발하고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한편 게이트고메코리아는 2018년 7월부터 아시아나항공에 기내식을 공급할 예정이었으나, 2018년 3월 공장에 불이 나며 공급이 어려워졌다. 이후 생산 역량이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을 공급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샤프도앤코가 기내식을 공급하게 됐으나, 결국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며 기내식 대란 사태가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샤프도앤코의 협력업체 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이 나타기도 했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이 사건을 포함한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로 지난 5월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조용래)에서 사건을 심리하고 있다.
[정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