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과 손 잡는 중고거래 플랫폼 '빅3'
전체 거래의 70%는 MZ세대서 이뤄져
↑ 미디어 아티스트 송호준 작가(좌), 지난 6월부터 7월까지 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송호준 작가 작업실에서 진행된 ‘이제는 육지를 떠날 때–로그아웃’ 전시 내부 전경 / 사진=번개장터 제공 |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가진 것을 모두 팔아 얻은 4천여만 원으로 요트 한 척을 장만한 한 작가의 이야기가 주목 받고 있습니다.
2013년 세계 최초 '개인 인공위성 발사'로 화제가 됐던 미디어 아티스트 송호준 작가는 15년 간 자신이 제작한 작품을 비롯해 전자기기·작업용품 등 갖고 있던 모든 것을 중고로 팔았습니다.
그는 그 돈으로 요트를 구매한 뒤 전 세계 바다를 항해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바다가 좋다는 이유 때문으로 전해졌습니다.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는 '송호준 요트 프로젝트(송·요·프)'를 기획하면서 '취향 기반 중고거래'라는 플랫폼 정체성에 딱 맞는 송 작가의 도전을 전폭적으로 지원했습니다.
지난해 10월 송·요·프 오픈 이후 10개월 간 250여 개의 상품이 판매됐습니다. 최재화 번개장터 최고성장책임자(CGO)는 "송 작가 작업실에 많은 취향의 물건들이 있었고 이들의 새 주인을 찾아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했습니다.
↑ 송호준 작가 작업실 전경 / 사진=번개장터 제공 |
거래 품목 중에는 9억 9999만 9999원의 '방사능 목걸이'와 2억 원짜리 인공위성도 있었지만 판매가 성사되지는 않았습니다.
이외에도 삼각김밥과 교환하자며 번개톡을 보내온 이용자 등 여러 에피소드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한편, 중고거래 시장에 대기업이 진입하는 것은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지만 지금은 중고거래 산업의 성장과 맞물려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중고거래 플랫폼 '빅3'로 불리는 당근마켓, 번개장터, 중고나라의 치열한 영역 다툼 속에서 대기업과 합종연횡도 이뤄지며 전장(戰場)이 더욱 넓어진 가운데 당근마켓은 GS리테일, 번개장터는 현대백화점, 중고나라는 롯데쇼핑과 각각 손을 잡았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가 있습니다.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MZ세대의 중고거래는 지난해 1~11월 1100만건으로 전년 동기대비 11% 상승했습니다. 거래금액은 1조1000억 원으로 19% 증가했습니다.
전체 중고 거래의 약 70%가 MZ세대에서 이뤄졌습니다. 2차 판매·거래
송 작가 또한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30일간 요트 여정에 나섰습니다. 육지 바깥의 삶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해 떠난다며 무한한 바다를 목적지로 삼았습니다. 송 작가는 지난 16일 강릉항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떠났습니다.
[이연정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rajjy55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