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가해 논란…피해자 측 "대응 않을 것"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유족 측 정철승 변호사가 "우리나라 그 어떤 남성도 박 전 시장의 젠더 감수성을 능가할 사람은 없었다"라고 주장해 2차 가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어제(3일) 정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 전 시장의 죽음과 관련한 손병관 오마이뉴스 기자의 저서 '비극의 탄생'을 읽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정 변호사는 "박 전 시장 사건을 객관적이고 상세히 개관할 수 있는 문헌이나 기사는 놀랄 정도로 없었다"며 "손 기자 책이라도 없었다면 박원순은 역사 속에 변태 위선자로 박제돼 버렸을 것"이라고 운을 뗐습니다.
그는 "이 책은 직장, 조직 생활을 하는 중간 관리자급 이상의 모든 남성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라고 생각한다. 정치인 등 공인들도 당연히 필독해야 할 책이라고 단언한다"며 "우리나라의 그 어떤 남성도 박 전 시장의 젠더 감수성을 능가할 사람은 없었음에도 박 전 시장조차 그렇게 죽었다"라고 했습니다.
이어 "물론 죽음은 그가 선택한 것이지만 그 어떤 남성도 박 전 시장에게 가해졌던 젠더 비난을 피할 방도가 없었을 거라는 얘기"라며 "박 전 시장이 어떤 상황에서 누구와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런 일들이 어떤 식으로 박 전 시장을 죽음으로 내몰았는지 상세히 알아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정 변호사는 수행비서 김지은 씨를 성폭행해 징역 3년 6개월이 확정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 사건을 언급하며 "안 전 지사 사건은 안 전 지사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만 박 전 시장 사건은 도저히 그렇게 자신할 수가 없다"면서 "나라면 훨씬 더 깊은 수렁으로 빠뜨려졌을 것만 같다"라고 박 전 시장을 옹호했습니다.
정 변호사는 박 전 시장 유족이 국가인권위원회를 상대로 지난 4월 제기한 행정 소송의 법률 대리를 맡으며 유족 측과 함께 기사에서 박 전 시장이 성폭력을 저질렀다고 언급한 일간지 기자를 상대로 사자명예훼손 소송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는 최근 "박 전 시장의 유족은 피해자 여성이 주장하는 사실이 없었다고 믿는데, 그렇게 믿고 있는 유가족에게 '그런 일이 없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라'고 요구하다니 그게 도대체 말이나 되는 소린가"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입증책임이 피해자에게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라 2차 가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피해자 측은 유감스럽다면서도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피해자 측 김재련 변호사는 "행정 소송을 통해 실제 피해자가 입은 피해의 정도가 인권위가 발표한 내용보다 더 심각하고 중한 것이었음이 판결문 한 단락을 통해서라도 인정되길 바란다"라고 전했습니다.
한편,
박 전 시장이 숨지면서 성추행 피소 건은 당사자 사망으로 인한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습니다.
[차유채 디지털뉴스 기자 jejuflower@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