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장 공익 캠페인 출연 안돼'…깐깐한 선관위

최근 울산시는 '여름 휴가를 울산에서 보내자'는 내용의 영상을 울산시 공식 유튜브에 올렸다가 삭제했다. 이 영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고, 휴가철을 맞아 지역에서 소비를 해 지역경제를 살리자는 내용으로 공익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울산시선거관리위원회는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봤다. 이 영상에는 송철호 울산시장이 출연했는데 선관위는 단체장의 치적을 알리는 광고물로 판단했다. 자치단체장은 소관 사무나 그 밖의 명목 여하를 불문하고 방송, 신문, 광고 등에 출연할 수 없다는 공직선거법 제86조 7항을 적용한 것이다.
단체장의 활동을 알리고 싶은 지자체와 공직선거법상 이를 제한할 수밖에 없는 선관위가 미묘한 갈등을 빚고 있다. 지자체는 공익성이 강한 캠페인이나 행사까지 규제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불만을 제기하지만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선관위는 엄격한 법 적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울산 울주군은 최근 전 직원이 헌혈에 동참했다는 보도자료와 관련 사진을 배포하려 했으나 사진은 제공하지 못했다. 선관위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해당 사진은 이선호 군수가 헌헐 차량 앞에서 헌혈 동참을 당부하는 모습을 담았다. 선관위는 이 사진을 업적 홍보용으로 판단했다.
울주군 일각에서는 선관위가 공직선거법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적용한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울주군의 헌혈 장려 조례에 근거한 행사에 군수가 참여하는 것을 군수의 업적 홍보용으로 보는 것이 맞는가라는 의문도 제기된다.
앞서 선관위는 울주군이 각종 씨름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올린 울주군청 소속 '해뜨미 씨름단' 선수들의 모습을 인스타그램 등 SNS에 올리는 것도 선거법을 위반한다고 판단했다. 울주군은 급히 사진을 내렸으나 이 사진에는 군수가 등장하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선관위는 공익성이 강한 행사라도 단체장이 전면에 나서는 것은 법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지자체가 관련 행사 사진과 영상을 제공하면서 단체장 얼굴을 넣는 것은 단체장의 치적을 홍보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선관위는 지자체 소속 운동부의 성과를 알리는 경우 지자체 홈페이지, 블로그, 유튜브 등을 이용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SNS의 경우 모든 사람들에게 공개되기 때문에 업적 홍보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울산선관위 관계자는 "직원들이 하는 헌혈 운동 보도자료용 사진에 굳이 단체장이 들어가야 하는 건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울산 = 서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