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변호사 성폭행 후 극단 선택 로펌 대표…'공소권 없음' 불송치

↑ 이은의 변호사 [이진한 기자]

같은 로펌에서 근무하던 후배 변호사를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로펌 대표 변호사 사건에 대해 경찰이 공소권 없음을 근거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피해자 측은 불송치 결정문을 공개하면서 피해 사실이 확인됐으며, 성범죄 가해자가 사망해도 수사가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3일 피해자의 법률대리인 이은의 변호사가 공개한 경찰 수사 결과 통지서에 따르면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달 19일 강제추행, 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 업무상위력등에의한간음 혐의를 받는 이 모씨에 대해 공소권 없음으로 불송치했다. 다만 경찰은 기소 의견 판단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무죄추정의 원칙상 해당 사안의 언급이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는 서울경찰청 자문에 따른 결정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지난 5월 26일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경찰의 불송치 의견서에는 피해자가 작년 12월 이씨를 고소한 이후 약 5개월 동안 진행한 수사 내용이 비교적 상세하게 담겼다. 경찰은 이씨가 지난해 3월 31일~6월 2일 사무실과 법원을 오가는 차량 등에서 피해자를 2회 강제추행했으며,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4회,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 4회 등 총 10회의 추행·간음을 한 혐의를 받았다고 적시했다.
피해자는 이씨가 수습 변호사 평가와 정식 변호사 고용 등을 결정하는 권한을 갖고 있어 적극적으로 신고하거나 저항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숨지기 전까지 이뤄진 조사에서 고소인과의 성적 접촉은 대부분 인정하면서도 고소인 동의하에 성관계와 신체접촉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피해자는 지난해 5월 초순께 자신의 남자친구에게 "대표가 많이 만져서 회사를 그만뒀다"고 말하는 등 주변에 성폭력 피해 사실을 호소해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 측은 입장문을 통해 "피의자 사망을 기점으로 피해자는 수많은 2차 가해에 시달렸다"며 "불송치 결정문에 따르면 피해자와 피의자 진술을 통해 최소한 피해자가 주장하는 피해 사실이 존재했음은 다툼 없는 사실로 확인된다"고 말했다. 이어 "성폭력 사건에서 피의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 수사기관이 수사를 중단하지 말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수사하고, 피해자에게 그 결과를 알려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공유하고자 했다"며 "불송치 의견서에 기술된 수사결과에 대한 검찰 의견을 구하는 이의 신청 절차를 밟아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진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