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 마련된 평상, 여기에서 벌어지는 음식 잔치에 술판,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여름 계속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광경이었는데, 얼마 전부터 이런 모습을 잘 찾아볼 수 없다고 합니다.
달라진 대한민국의 여름 계곡, 세상돋보기 이재호 기자입니다.
【 기자 】
「'계곡 이름보다 닭백숙집 상호가 더 유명하다'고 할 정도로 옛 여름 계곡은 불법 영업의 무법천지였습니다.」
「계곡에 집 앞마당처럼 평상을 만들어 음식을 팔았고, 부과된 벌금은 번 돈으로 내면 그만이었습니다.」
돈 앞에서 안전은 뒷전이었습니다.
「▶ 인터뷰 : 업주 / 지난 2019년
- "위험해 보이는데…."
- "걱정하지 마시고 나가세요. 손님들이 바보는 아니잖아요. 들어오지 말고 빨리 나가요! 하나 둘!"」
이런 모습이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입니다.
「수도권 인근의 유명 계곡에 불법 시설물이 강제 철거되기 시작했고, 각 지자체도 경쟁적으로 나서 무허가 영업에 더는 관용을 베풀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어떤 모습일까.
「▶ 스탠딩 : 이재호 / 기자
- "수십 년 동안 주변 음식점 차지였던 양주 장흥 계곡은 이렇게 말끔하게 정비됐습니다. 계곡 속 명당자리는 이제 시민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불법 영업으로 몸살을 앓았던 계곡 주변에는 아이들이 뛰놀 수 있는 인공 백사장이 들어섰고,」
「무허가 음식점들이 평상을 설치해 돈벌이로 삼았던 계곡물은 시민 물놀이터로 되돌아왔습니다. 」
▶ 인터뷰 : 정혜민 / 경기 남양주시
- "(예전에는) 식당들이 물을 가둬놓고 있어서 물이 지저분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물이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놔두니까 물도 깨끗하고 시민 모두의 공간이 된 것 같아서 너무 좋아요."
「하지만, 대한민국 모든 계곡이 자연의 품으로 돌아온 건 아닙니다.」
지자체나 행정 당국의 의지가 덜 반영된 곳.
단속이나 시민들의 경계를 피해 불법으로 점령해 장사하는 곳.
「여전히 숙제를 안은 우리의 계곡들입니다.」
▶ 스탠딩 : 이재호 / 기자
- "계곡 하나가 예전의 모습을 되찾는데, 수십 년이 걸렸습니다. 이 계곡이 또다시 개개인의 욕심에 더럽혀지지 않기 위해선 행정 당국의 관리 감독은 물론, 우리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할 때입니다. 세상돋보기였습니다."
[영상취재 : 조영민 기자·조계홍 기자·김형성 기자·엄태준 VJ, 그래픽 : 최진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