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협박으로 주지 및 종단 위신 손상"
존재하지도 않는 성관계 녹음 파일을 갖고 있다며 다른 스님을 협박해 제적 처분을 받은 전직 승려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으나 결국 패소했습니다.
오늘(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7부(부장 박석근)는 전 조계종 승려 A 씨가 조계종을 상대로 "징계 처분이 무효임을 확인해달라"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습니다.
A 씨는 2019년 같은 사찰의 주지에게 "스님과 사무장의 성관계 소리를 녹음했다"며 "종단에서 완전히 옷을 벗기겠다"라고 협박했습니다.
그러나 A 씨는 실제로는 녹음 파일을 갖고 있지 않았음에도 이들의 내연관계를 의심해 유도신문을 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후 A 씨는 주지와의 대화 내용을 녹음해 동료 승려 B 씨에게 전했고, 이러한 내용이 B 씨를 통해 언론에 공개되자 일각에서는 주지 사퇴 요구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A 씨가 거짓으로 협박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조계종 초심호계원은 "A 씨가 종단의 명예를 훼손하고 승단 내 화합을 깨뜨렸다"며 지난해 3월 제적 처분을 내렸습니다.
승려법 47조에 따르면 폭력 행위, 상스러운 욕설 등으로 타인의 명예와 승가의 위신을 손상시킨 자는 공권정지 5년 이상의 제적 처분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제적은 불교계에서 영원히 승단에서 추방당하는 멸빈(滅擯)에 이어 두 번째로 무거운 징계입니다.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다시 종단 소속 승려로 돌아올 수 없으며 승복 착용은 물론 승려 신분상 일체 공권이 박탈됩니다.
A 씨는 이에 불복해 재심을 청구했으나 기각되자 민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A 씨는 재판에서 "성관계 상황을 녹음하지 않았고 그것을 빌미로 협박한 사실도 없다"며 "주지와의 언쟁을 녹음한 파일은 B 씨에게만 공유했고 다른 사람에게 유포한 사실이 없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원고의 행위는 승려법에서 정한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며 "A 씨가 '스님 같은 위선자를 더는 살려둘 수 없다'고 말한 것을 봤을 때 협박이 맞다"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B 씨에게 녹음 파일을 전송할 경우 주지에게 평소 불만을 가진 B 씨가 이를 유포할 가능성을 쉽게 예측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B 씨는 이를 언론에 공개했고 한 언론은 이를 기초로 주지에게 성추문이
그러면서 "해당 사찰의 정상화 비상대책위는 주지에게도 참회하고 사퇴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며 "징계 처분이 과중하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시했습니다.
A 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최근 항소장을 제출했습니다.
[차유채 디지털뉴스 기자 jejuflower@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