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에 아기 못 구한 엄마', 2심도 '무죄'

집에 갑자기 불이 났는데 그사이 아기를 구하지 못해 아기가 숨진 사건에서, 아동학대치사죄로 기소된 20대 엄마 A 씨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서울고등법원(형사13부 최수환 최성보 정현미 부장판사)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화재 당시 피고인이 안방 문을 열었는데 연기가 나와 현관문을 열었고 다시 안방으로 들어갔지만 사고를 막을 수 없었다는 피고인의 진술을 인정한다"며 집 밖으로 나온 피고인이 바로 119에 구조 요청을 했고 아이가 안에 있다고 알린 점, 건물 밖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한 점 등을 무죄 판단의 근거로 봤습니다.

"이상적 엄마의 양육 태도는 아니었지만 본인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다"는 남편의 사후적 진술도 근거로 인정해 피고인의 아동 학대 정황은 없다고 봤습니다.

당시 현장을 비춘 CCTV에는 2019년 4월 8일 저녁 6시 37분 집 2층 안방 창문에서 연기가 새어 나오기 시작해 1분 만에 급격히 밖으로 뿜어져 나오다, 피고인이 6시 38분 54초경 한 손으로 고양이를 어깨에 들러매고 다른 손으로 핸드폰을 귀에 댄 채 밖으로 나오는 장면이 확인됐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갑작스러운 화재로 합리적 판단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현관문을 열어 연기를 빼내는 게 더 안전하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고, 최초로 안방 문을 열고 피해자와 눈을 마주친 뒤 곧바로 도망쳐 나왔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에게 피해자를 유기한다는 고의가 있었다고 추정하는 건 타당하지 않다고 봤습니다.

또 피고인이 피해자 구조를 의식적으로 포기하고 고양이만 데리고 나왔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탈출 당시 고양이를 발견했고 고양이가 피고인 어깨에 올라탔다는 피고인 진술을 인정했습니다.

A 씨는 재판 내내 울음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박자은 기자ㅣjadooly@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