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대필' 18년 만에 재심

【 앵커멘트 】
법원이 강기훈 씨 유서대필 사건에 대해 18년 만에 재심 결정을 내렸습니다.
무죄를 인정할 새로운 증거들이 나타나 유죄 판결을 유지할 수 없다는 판단입니다.
이혁준 기자입니다.


【 기자 】
강기훈 씨가 1991년 분신자살한 김기설 씨의 유서를 대필했다는 이른바 '유서대필 사건'이 다시 재판정에 서게 됐습니다.

서울고등법원은 강 씨가 유서 대필 혐의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지만, 무죄를 입증할 새로운 증거들이 나타나 재심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가 주목한 새로운 증거는 김기설 씨의 필적이 담긴 전대협 노트와 낙서장입니다.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의뢰한 필적 재감정 결과를 볼 때 사건 당시 검찰이 의뢰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필적 감정에 신빙성이 없다는 결론입니다.

국과수는 사건 당시에는 직원 한 명이 감정했지만, 이번에는 새 증거물에 감정인도 5명 전원이 참여해 '유서 필적은 김 씨의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검찰은 전국 민족민주운동연합 사회부장인 김기설 씨가 유서 두 장을 남기고 분신자살하자 전민련 총무부장인 강 씨가 유서를 대필했다며 국과수의 필적감정 결과와 정황에만 근거해 구속한 바 있습니다.

중앙정보부가 아닌 검찰이 직접 수사한 대표적 공안사건으로 꼽히는 유서대필 사건, 유죄가 무죄로 뒤바뀔지 관심이 큽니다.

MBN뉴스 이혁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