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공무원과 가족 등 1만7000여 명의 부동산 투기의혹을 조사한 뒤 1명에 대해 수사의뢰를 하면서 '맹탕 조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2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3월 자체조사단을 구성해 부산시, 해운대구, 강서구, 기장군 직원 8390명과 부산도시공사 직원 264명, 개발업무 부서·부산도시공사 직원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 8882명 등 1만7536명의 토지거래내역을 조사했다. 그 결과 농지법 위반 의심자 1명(4필지)을 수사 의뢰하고, 부동산실명법 위반 의심자 1명은 공소시효 만료로 관할 구청에 통보했다. 나머지 273건은 조사 기간 이외(198건), 관련 부서 미 근무 65건, 임용 전 매매 등 10건이었다.
↑ 땅 투기 의혹이 일고 있는 부산시 강서구 대저동 연구개발특구. [사진 제공 = 부산시]
부산시는 지난 5월 1차 조사 결과에서 투기의심자 1명을 포함해 총 3명(6필지)을 적발했다. 부산시는 직무상 취득한 내부 정보 이용 여부 및 토지거래 과정에서 각종 위법을 확인하려고 관련 개발사업계획의 대외 공표일, 부동산 취득일, 취득 당시 근무부서 및 담당업무 등을 심층 조사했다. 부동산 취득 경위, 매입자금 마련 근거, 농지 이용 현황, 농자재 구매 증빙자료 등도 확인했다. 조사 기간 부산시 홈페이지로 신고된 부동산 제보 4건도 투기 의혹이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고 부산시는 밝혔다.
이번 조사 대상 지역은 강서구 연구개발특구 등 관내 대규모 개발사업 부지 7곳이었다.
하지만 시민단체인 부산경남미래정책은 "수사 의뢰는 적발된 3명 중 1명에 그치고 혐의없음으로 분류된 273건은 혐의가 해소된 것이 아니라 조사 기간에 해당하지 않거나 관련 부서에 근무하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
"이라고 밝혔다. 이어 "민간 전문가가 빠진 부산시 자체조사단이 공무원과 직계 가족 등 1만7536명을 상대로 부동산 투기 의혹을 조사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의혹을 해소하는 조사가 아니라 공직자 면죄부를 준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부산 = 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