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쿠팡화재 화재경보 6차례 울려…일부러 껐다

경찰 "오작동으로 간주해 6번 초기화돼"
소방시설 전담 업체 관계자 3명 입건
쿠팡은 입건 대상에서 제외돼

경기도 이천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발생 당시 방재실 관계자들이 화재 경보를 6차례나 끄면서 이로 인해 초기 진화가 지연된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오늘(19일) 소방시설법 위반 혐의로 쿠팡 물류센터 내 전기 및 소방 시설을 전담하는 업체 소속 팀장 1명과 직원 2명 등 3명을 입건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소방시설 관리업체 법인도 함께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건물주인 쿠팡 법인과 본사 관계자는 입건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화재로 인해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할 수 없는 데다 설비를 담당하는 별도 법인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 방재실 직원들에게 오작동 때 버튼을 누르라는 지시가 있었는지 등 화재 관련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경찰은 설명했습니다.

이번에 입건된 3명은 지난달 17일 오전 5시 20분쯤 쿠팡 물류센터 지하 2층에서 불이 났을 당시 화재 경보기가 울리자, 현장 확인 없이 6차례에 걸쳐 방재 시스템 작동을 초기화해 스프링클러 가동을 10여 분 가량 지연 시킨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당시 경보기가 최초로 울린 시각은 오전 5시 27분이었는데 이번에 입건된 3명 등은 이를 오작동으로 보고 방재 시스템을 초기화하는 바람에 스프링클러는 오전 5시 40분에 처음 작동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해당 쿠팡 물류센터 건물은 최초 경보기가 울리면 설치된 센서가 연기와 열을 감지한 뒤, 감지된 결과가 설정된 기준을 넘어서면 스프링클러가 작동되는 방식으로 설계됐습니다. 이 때문에 경찰은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아 초기 진화에 실패한 불이 건물 전체로 번져 피해를 키웠다고 보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달 17일 새벽 5시 20분쯤 이 물류센터에서 불이 나 진화 작업 끝에 아침 8시 20분쯤 큰 불길이 잡혔지만, 오전 11시 50분쯤 다시 불길이 치솟으며 건물 전체로 번졌습니다. 불은 6일 뒤인 22일에야 완전히 진화됐습니다.

화재 당시 쿠팡 직원들은 모두 대피했지만 경기도 광주 소방서 소속 김동식 119 구조대장이 인명 수색을 위해 건물 지하 2층에 진입했다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