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음료야, 마셔" 정신 차려보니 수갑채워져 8시간 감금

재판부 "엄한 처벌 불가피" 징역 2년 선고

직업소개소의 구인 광고를 보고 한 아파트를 찾아갔던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20대 남성이 수면유도제가 든 음료수를 마신 뒤 8시간 동안 감금돼 있다 아파트 밖으로 탈출한 사건이 알려졌습니다.

오늘(19일) 인천지법 형사10단독 윤성헌 판사는 아르바이트생 B씨에게 마약 성분이 든 수면유도제를 먹인 뒤 수갑을 채워 8시간 동안 감금하고 폭행하는 등 특수상해 및 중감금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56살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밝혔습니다.

우즈베키스타인 B씨는 '관광객의 짐을 들어주고 안내해 주는 가이드를 구한다. 10일 동안 숙식을 제공하겠다'는 직업소개소의 구인 광고를 보고 A씨의 아파트에 찾아갔습니다.

B씨와 마주한 A씨는 '비타민 음료'라며 B씨에게 마실 것을 권했고 B씨는 이 음료를 마신 후 그 자리에서 의식을 잃었습니다. A씨가 권한 음료 속에는 향정신성의약품(마약류)으로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만 살 수 있는 수면유도제 '졸피뎀'이 들어있었습니다.

A씨는 B씨가 의식을 잃자 미리 준비한 철제 수갑을 B씨 손목에 채운 뒤에 28㎝ 길이의 절굿공이로 머리를 내리치고, 흉기로 B씨의 턱과 오른쪽 손바닥을 그어 다치게 하는 등 이유를 알 수 없는 행동을 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A씨는 B씨를 감금하는 동안 자신도 졸피뎀을 투약했는데, 정확한 범행 동기는 알려지지 않은 상황입니다.

B씨는 의식을 차린 뒤 아파트 밖으로 탈출해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감금 당한 지 8시간 만입니다.

A씨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의식을 잃었다가 119 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으로 외국인인 피해자는 상당한 정신적 고통과 공포심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와 합의를 하지 못했고 피해 보상도 하지 않은 점 등을 보면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또 "범행 수법과 피해 정도를 보면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다른 범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데도 자숙하지 않고 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A씨는 지난 2018년 11월 준강제추행 혐의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 받은 전력이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피고인이 범행을 모두 자백하고 있는 점, 피고인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건강이 좋지 않은 점 등을 참작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