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BBC 방송에도 소개된 장수의자가 울산 울주군 웅촌면에 선보인다. 웅촌면사무소는 주민세 예산 1000만원을 받아 하반기 횡단보도에 29개의 장수의자를 설치할 예정이다. 건널목에 설치되는 장수의자는 허리와 다리 등이 불편한 노인들이 보행 신호가 들어오기 전까지 앉아 쉴 수 있는 의자다. 웅촌면은 농촌지역으로 노인들이 많이 살고, 시속 70㎞ 이상으로 차가 달리는 7번 국도가 있어 노인 교통 사고 우려가 컸다.
웅촌면 관계자는 "몸이 불편한 노인들이 오래 서 있기 힘들어 무단횡단을 하다 사고를 당한다는 말을 듣고 설치를 추진했다"며 "규모가 작은 사업이라 예산 확보가 쉽지 않은데 울산시의 주민세 환원 정책 덕분에 수월하게 예산을 확보해 사업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울산시가 광역단체 최초로 징수한 주민세 100%를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곳에 쓴다. 주민들이 일상에서 불편을 느껴 개선을 요구했으나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지자체장 치적에 별로 도움이 안된다는 이유로 예산 집행 후순위로 밀렸던 작지만 필요한 사업들이 이 달부터 본격 추진된다.
울산시는 개인분 주민세를 해당 지역으로 환원해 주민들이 직접 집행할 수 있게 하는 '시민 참여형 마을 교부세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 사업에는 시가 징수한 주민세 전액(31억1200만원)과 특별조정교부금 8억원 등 총 39억1200만원이 투입된다.
울산형 마을 교부세 사업은 개인분 주민세를 해당 지역으로 환원해 주민이 직접 집행할 수 있게 하는 제도이다. 그동안 주민세는 징수되면 울산시 세입에 포함돼 다른 사업에 사용됐지만 앞으로 주민세는 주민세를 낸 마을 사업을 위해 쓰인다.
시는 지난 4~6월 울산 5개 구·군 56개 읍·면·동을 대상으로 사업 신청을 받았다. 마을 대표와 구·군의 검토, 주민참여위원회 회의를 거쳐 모두 132건의 지원 사업을 확정했다. 구군 별로 중구 32건(7억7000만원), 남구 31건(11억200만원), 동구 19건(52억5000만원), 북구 16건(7억600만원), 울주군 34건(8억900만원)이다.
울산 중구 반구1동은 3200만원 예산으로 겨울철 따뜻하게 시내버스를 기다릴 수 있는 온열의자 8개를 설치한다. 중구 복산1동은 140만원을 들여 도화골이라는 옛 지명을 살리기 위해 복숭아 나무를 심는다. 동구 화정동은 고독사 예방을 위한 스마트 플러그 사업에 1012만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전체적으로 사업 분야 별로는 환경 개선이 71건(53.7%)으로 가장 많았고, 안전(24건, 18.1%), 주민자치(10건, 7.5%) 등이 뒤를 이었다.
주민세 환원 사업은 주민 자치 활성화 차원에서 전국 지자체들이 시행을 검토하고 있다. 기초자치단체 중 경기 광명시는 지난해 처음으로 주민세 15억원 중 4억원을 주민들에게 환원해 마을 사업에 사용하도록 했다. 하안3동 주민자치회는 생활공구 무료 대여 서비스를 하고 있고, 철산2동 주민들은 현충 근린공원 벽천분수 옆에 포토존을 설치했다. 전남 순천시는 올해 초 주민세 징수액 전액을 주민들에게 환원키로 하고
김현희 울산시 사회공동체담당은 "평소 주민들의 요구가 많았지만 기존 사업 추진 상황이나 재정 부족 등으로 소외됐던 사업들이 추진될 수 있게 됐다"며 "주민들이 원할 경우 주민세를 증액해 마을 교부세 사업에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울산 = 서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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