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들 “구상권 청구 위해선 인과관계 중요”
KBO “경찰 수사 진행…아직 논할 단계 아냐”
일부 프로야구 선수들이 방역수칙을 어기고 술자리를 즐기다 코로나에 확진된 사태의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술자리에 동석한 코로나19 확진 여성들은 프로야구 NC 선수 4명 이외에 키움, 한화 선수들도 만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늘(17일) 야구계에 따르면 원정 숙소 호텔에서 여성 2명을 가장 먼저 만난 남성은 한화 선수들입니다. 한화 선수는 지난 2~5일 A 호텔에서 머물렀습니다. 5일 새벽 전직 프로야구 선수는 한화 선수 2명을 자신의 방에 초대했습니다. 이 방에는 여성 2명도 있었는데 선수들은 20분 정도 대화를 나누고 방으로 복귀했습니다.
이날 새벽 전직 프로야구 선수는 키움 선수들도 불렀습니다. 당시 키움 선수 2명은 수원 원정 중이었는데 숙소를 무단이탈한 뒤 A 호텔에서 여성 2명과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또 이날 밤에는 NC 선수단이 A 호텔에 도착했습니다. 이에 5일 밤부터 6일 새벽까지 박석민, 권희동, 이명기, 박민우 선수들은 여성 2명과 술판을 벌였습니다.
해당 술자리에서 백신을 맞은 박민우를 제외하고 모두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가운데 방역 당국의 역학 조사에서 동선을 거짓으로 진술한 사실이 드러나며 프로야구 팬들의 분노를 자아냈습니다.
이같은 파장에 KBO는 긴급 이사회를 열고 13일부터 리그를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한화, 키움 선수 중, 확진 판정을 받은 선수는 없습니다.
프로야구 선수들과 연이어 술판을 벌인 여성 두 명에 대해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당시 이들은 해당 호텔에서 장기투숙 중이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날 방역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프로야구 선수들과 술자리를 가진 여성 2명은 지난달 말 사건 발생지인 강남의 A 호텔에 체크인한 뒤 계속 머물고 있는 장기 투숙객”이라고 밝혔습니다. 한 명은 지난달 28일, 다른 한 명은 지난달 29일 각각 이 호텔에 입실 했습니다.
현재 두 여성과 술자리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 선수들만 모두 8명입니다. KBO 일정표에 따르면 KT(6월 29일~7월 1일)가 입실한 날짜와 이 여성들이 입실한 날짜가 비슷해 일각에서는 또 다른 확진자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이에 KBO는 10개 구단 전수 조사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이날 밝혔습니다. 해당 호텔은 7개 구단이 잠실 원정 숙소로 사용하는 곳이라 사적인 모임이 추가로 더 있었는지 들여다볼 방침입니다.
리그 중단 사태를 맞은 KBO는 전날 상벌위원회를 열고 박석민·권희동·이명기·박민우에게 각각 72경기 출장 정지와 벌금 1000만 원씩을 부과했습니다. 또한 NC에 제재금 1억 원을 부과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사상 초유의 리그 중단 사태가 벌어진 만큼 KBO가 이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할지 관심이 집중됩니다.
리그 중단으로 KBO와 각 구단은 중계권료 등에서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KBO는 예정된 경기를 모두 소화한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 번 중단된 일정을 재개하기 쉽지 않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만약 리그가 연말까지 예정된 일정을 소화한다면 중계권료 손실은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경기를 축소 운영할 경우 KBO와 각 구단들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많게는 수십억 원 가량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집합금지 명령을 어긴 사람에게는 민법 제750조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66조에 따라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KBO는 이번 사태로 선수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수는 있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변호사 최단비 원광대 로스쿨 교수는 한 라디오에 출연해 “구상권 청구, 즉 손해배상은 가능한데 여기서는 인과관계가 중요하다”며 “일반적으로 역학조사에 제대로 협조하지 않았을 때의 손해배상이 있었을 텐데 사상 최초로 경기가 멈췄는데 그건 (중간에 끼어있는) 인과관계가 너무 크다. 법원이 어디까지 인정해줄 수 있는지가 (관건
즉 선수들이 역학조사에 동선 고의로 숨겼는지, 코로나19 걸린 것을 알고도 뛰었는지, 그로 인해 리그 중단까지 예상했는지 등 전후 관계가 명확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KBO 관계자는 “선수들이 방역수칙을 어긴 점은 인정되지만 아직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구상권 청구를 논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언급했습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