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일 홍기복 한국마사회 제1노조 위원장이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온라인마권' 도입을 촉구하는 릴레이1인시위를 했다. [사진=이윤식 기자] |
지난 7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릴레이 1인시위를 하고 있던 홍기복 한국마사회 제1노조 위원장(42)은 '온라인 마권' 서비스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많은 독자 여러분들처럼 저도 '경마는 사행 산업인데 온라인 접촉면을 늘려주면 부작용이 많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하지만 홍 위원장은 "한국마사회라는 기구 자체가 사행산업을 국가가 통제하고 이를 세수 확보로 이어지게 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했습니다.
마사회 '1노조'라고 표현한 것은 마사회에는 노조가 5개가량 있기 때문입니다. 1노조는 공채 출신 정규직으로 700명가량, 2노조는 경마 현장 행정보조 등 업무를 하는 무기계약직 200명가량, 3노조는 마권 발매 업무를 하는 무기계약직 2000명 가량이 있다고 합니다. 이외 2개가량 노조가 더 있습니다. 노조 또는 노조원에 따라 온라인마권 도입에 대한 입장은 다를 수 있습니다. 홍 위원장은 지난 2019년 10월 3년 임기인 1노조위원장을 하고 있습니다.
'온라인마권' 도입 주장은 "인간의 본성인 사행심 자체를 말살할 수 없다"는 전제에서 시작합니다. 사행심을 완전히 없앨 수 없다면, 이를 국가가 적절한 선에서 허용해 부작용을 최소화 하는게 중요하고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에서 카지노, 경륜, 경마 등 사행성 사업을 정부 차원에서 관리한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홍 위원장은 "합법적인 경마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경마에 대한 수요가 불법시장으로 이전됐다"며 "해외 경마 영상을 중계하고 이를 통해 베팅을 하는 불법 사이트가 활성화됐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하루에 인원 당 베팅 액수 상한액을 정해놓는 합법 경마와 달리 금액 제한이 없어 더 위험하다는 지적입니다. 더욱이 베팅 관련 수수료는 불법 업체에서 모두 챙기기 때문에, 국내 말 산업에는 전혀 기여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홍 위원장은 "다른 사행산업은 대부분 후방산업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비해 경마는 마사회 직원만 6000명이고, 농장주 등 말산업 종사자는 2만5000명으로 추산된다"고 비교했습니다.
물론 마사회 노조원들이 온라인마권 도입을 주장하는 게 단지 '후방산업 보호'라는 대의(大義) 때문만은 아닙니다. 마사회의 적자 누적은 중장기적으로 일자리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이들을 청와대 앞까지 나서게 한 주요 요인으로 보입니다. 홍 위원장은 "만약 마사회가 구조조정 얘기를 꺼내기 시작한다면 그땐 이미 구조조정을 막기 늦은 때"라며 선제적 조치를 강조했습니다.
그는 "원래 주 5일 근무가 정상인데 작년 4월부터 일주일에 하루씩 휴업 처리를 하고 있다"며 "초기 3개월은 휴업수당을 정상 임금의 70%로 받았지만, 노조가 먼저 제안해서 휴업 휴당을 정상 임금 50%만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노조원들이 '왜 노조가 먼저 임금을 줄이자고 제안을 하느냐'는 공격을 받기도 했지만, 그만큼 절박한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경마 중단으로 인한 조직의 위기감은 마사회 노사가 모두 인정하는 부분입니다. 이뿐 아니라 말 축산농장 등 말산업 업계 모두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미 국회에는 '온라인마권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법안이 3건이나 발의돼 있습니다. 앞서 김승남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은 각각 '온라인 마권 판매 허용'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한국마사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정부 기관은 대체로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이들 개정안에 대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는 "온라인 발매를 도입할 경우 청소년 이용 등 이용자 식별이 어렵고, 구매상한제 등 건전화 정책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불법 도박 사이트에 경주 실황 영상 유출 증가 등의 문제가 우려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행정안전부는 "온라인 발매가 장외발매소의 판매분을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며 "(온라인마권 허용시)장외발매소가 위치한 지방자치단체의 세수를 크게 감소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지자체들 간의 의견수렴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무엇보다 마사회의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가 온라인마권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농축산부는 "온라인마권 발매는 사행성 심화, 불법 경마 확산 등의 부작용에 대한 제도적 안전장치와 마사회·경마에 대한 부정적 인식 해소 방안 등에 대한 검토, 그리고 이해당사자 및 관계기관 등에 대한 충분한 의견수렴 등 공감대 형성을 거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마사회는 "스포츠토토와 복권은 각각 이미 온라인 발매를 시행한 반면, 산업 파생효과가 이들보다 훨씬 큰 마권 발매에 대해서만 온라인 발매를 불허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부작용으로 제시되고 있는 문제점은 해결 할 수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매출총량 준수, 인증시스템 구축, 경주실황중계 유출 차단 기술 및 구매상한 관리 등을 통해 해결 할 수 있다는게 마사회의 입장입니다.
청소년 접근 가능성은 이용자 인증시스템 구축을 통해, 경주실황 활용한 불법경마 확산 문제는 영상도용 방지 기술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게 마사회 설명입니다. 이용자 과몰입 증대 우려도 구매상한 관리를 통해 예방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마사회에 따르면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 일본, 이탈리아, 홍콩 등 상당수의 경마 시행국에서 온라인 발매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홍 위원장도 "유독 경마에만 온라인은 시기상조라는 농식품부의 입장이 이해 안 된다. (업종간)규제 형평성 맞추는 차원에서라도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지난 7일 릴레이 1인시위를 시작한 마사회 1노조 측은 내달 25일까지 평일 매일 오전 8시~오후1시에 시위를 이어간다는 계획입니다. 농축산부 소관 상임위인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소위에 앞서 노조의 입장을 알린다는 계획입니다.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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