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무더운 날, 이 노랫말처럼 샤워를 하고 나면 개운해지죠. 이때 중요한 게 온도입니다. 너무 뜨겁다며 얼른 찬물로 돌리고 또 너무 차갑다며 다시 뜨거운 쪽으로 수도꼭지를 돌리다 보면, 정작 샤워는 못 하고 물만 낭비하게 되거든요.
서양에도 이런 걸 빗댄 '샤워실의 바보'라는 말이 있습니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밀턴 프리드먼은 정부의 '갈팡질팡 어설픈 시장개입'을 이런 말로 경고했죠.
재건축 단지 조합원이 새 아파트 분양권을 받으려면 2년 동안 실거주해야 한다는 규제가 1년 만에 백지화됐습니다.
지난해 발표된 '6·17 대책'의 핵심이었건만, 오래된 재건축 단지는 집이 낡아서 거주 의무까지 부여하면 사업이 아예 중단될 수 있다는 반발에 손을 든 겁니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그새 강남과 목동의 재건축 시장은 더 들썩이며 속도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법 개정 전까지 조합설립을 마치면 규제에서 제외된다는 말이 돌면서 그동안 재건축 속도가 지지부진하던 단지들이 서둘렀고, 시장이 이걸 호재로 받아들이며 신고가가 속출한 겁니다.
또 집주인이 분양권을 받기 위해 재건축 단지에 입주하면서 세입자만 애꿎게 피해를 보기도 했죠. 결국 정부가 두 손을 들고 만 겁니다. 정부·여당이야 졸속 정책을 없었던 일로 치면 그만이겠죠, 하지만 정부만 믿고 이미 이사한 집주인과 세입자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굳이 안 겪어도 될 불편과 손해를 입으며 속이 시커멓게 탔을 겁니다.
시장의 요구와 예상되는 부작용을 잘 파악한 후에 법을 개정했더라면, 시행도 해보기 전에 휴짓조각으로 만드는 일도 국민 혼란을 일으키는 일도 없었겠죠. 벌써 4년 차 정부인데 아직도 '앗 뜨거워, 앗 차가워'를 해야겠습니까. 이제는 샤워도 못 하고 물만, 시간만 버리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국민 고통만 부른 졸속 정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