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부터 수도권 지역 학교들이 여름방학 전까지 전면 원격수업을 시행하는 가운데 교육현장과 학부모들 사이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거리두기 4단계 격상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이지만 마땅한 돌봄 대안을 찾지 못한 학부모들은 발을 동동 구른다. 교사들 역시 피로도 증가와 원격수업에 따른 학력격차를 우려하는 모습이다.
↑ 4단계 격상 일정이 발표된 지난 9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학생들이 하교하고 있다. 사진은 본 기사와 무관.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서 초등 1·4학년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 양모씨(41)는 13일 불안한 마음을 한가득 안고 출근을 했다. 이날 4학년인 첫째가 오전 3시간 가량 홀로 집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양씨는 "1학년인 둘째는 오늘까지 학교를 가 방과 후 수업까지 듣지만, 첫째는 원격수업을 해 집에 있어야 한다"며 "하지만 돌보미를 급히 구할 수 없어 친정 어머니께 도움 요청을 했는데, 어머니가 오신다고 해도 오전 3시간이 비어 결국 애 혼자 있어 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나마 초등학교 고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아이 홀로 원격수업을 받게라도 하지만 초등학교 저학년이나 유치원 자녀를 둔 워킹맘들은 갑작스러운 원격수업 전환 소식에 이미 날벼락을 맞은 상태. 돌봄 공백을 해소하는데 애를 먹어서다.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김모(42)씨는 "학교 돌봄 신청을 할까 하다 코로나가 심해 결국 나와 남편이 눈치껏 연차를 쓰고 시부모님께서 도와주시기로 했다"며 "정말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고 말했다.
코로나가 심해지면 왜 학교부터 문을 닫아야 하는지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주부 박모씨는 "학생들일수록 기본 방역수칙을 잘 지키고 학교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는데, 코로나 확산에 학생들이 가장 먼저 피해를 본다"며 "코로나로 잃어버린 지난 1년 반의 세월을 어린 학생들이 더 이상 반복하게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코로나 발생 이후 지난 1년 반 원격수업을 진행하며 현저히 떨어지는 자녀들의 집중도와 학력저하를 경험한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이미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주부 박씨는 "줌 수업이든, 원격수업을 하든 애가 딴 짓만 하더라"라며 "문제는 우리 애 뿐 아니고 다른 애들 또한 집중을 잘 못해 선생님은 그런 애들 단속하다보면 그야말로 버리는 수업시간이 많아 보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선생님들마다 원격수업의 내용과 질적인 차이가 큰 것 역시 여전히 학부모들 사이에선 우려 사항이다.
양씨는 "공교육은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담임 선생님 재량에 따라 원격수업의 질이 너무 다르다"며 "반면 원격수업 내용이 학기마다 업그레이드되는 학교는 역시나 사립학교여서 원격수업 기간이 길면 길어질수록 학력격차가 심히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이밖에 학교에 이어 학원도 전면 원격수업으로 전환하는 곳이 많아 활동량이 급격히 줄어들며 나타나는 자녀들의 부족한 사회성이나, 비만, 불면증 문제 등을 학부모들은 우려하고 있다.
↑ 수도권 지역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된 1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효원고등학교에서 교사가 원격수업을 하고 있다. 사진은 본 기사와 무관.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여름 방학을 앞두고 온라인 상에서 아이들과 종업식을 치러야 하는 교육 현장에서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경기도 한 중학교 교사인 A씨는 "2학기 전면 등교를 대비해 모든 수업과정을 준비해왔는데 상황이 갑작스럽게 변했다"며 "온라인 수업을 3~4시간 연속 하다보면 학생들은 집중이 잘 안되고, 교사들도 대면수업보다 피로감이 더 쌓이는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한 고등학교 교사인 B씨는 "온라인 상에서 출석을 부르는 데에만 10여분이 걸린다"며 "더욱이 제 시간에 접속을 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태반이어서 반장이나 내가 직접 학생들에게 전화를 걸어 접속할 것을 요청하다 보면 수업을 하기 전 이미 진이 빠질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가정환경의 차이에 따른 학습격차 심화를 교사들은 크게 체감하고 있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는 것 역시 문제다.
B씨는 "원격수업을 받으려고 노트북에 태블릿PC에 핸드폰 등이 다 준비돼 있는 가정과 그렇지 못한 가정의 차이가 곧 학력격차로 이어짐을 지난 1년 반 경험을 했다"며 "그나마 학력격차를 줄이려면 대면수업이 필요한데, 대면수업은 집단감염 우려를 떨칠 수
현재 교육부는 2학기 시작까지 40여 일이 남은 만큼 '2학기 전면등교' 원칙은 일단 유지한다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이르면 8월 셋째 주인 개학 전까지 코로나 확산세가 꺾이지 않으면 전면등교 일정 자체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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