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차도 아닌데 '차 빼 달라' 전화 온다면…황당 피해 대처법은?

장기간 타인 번호 사용해 피해
손배 소송 가능…형사 고소도 방법

↑ BMW 차량 /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캡쳐

누군가 나의 전화번호를 함부로 도용해 "차 빼달라"는 전화를 무수히 받게 한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 같은 사연이 올라왔습니다. 공용 주차공간에서 다른 사람들의 이용이 힘들도록 차를 대놓은 BMW 차주에게 연락했더니, 9살 소녀가 전화를 받았다는 것입니다.

사연을 올린 게시자에 따르면, 소녀의 전화를 건네받은 할머니는 "같은 내용의 전화를 오랜기간 동안 1000통은 받은 듯하고 이 전화번호를 사용하는 사람은 죄없는 초등학교 2학년 여자애"라고 했습니다. 정황상 BMW 차주가 본인의 연락처가 아닌 다른 이의 연락처를 적어놓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로엘 법무법인 안수지 변호사는 이 같은 경우 법적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봤습니다. 안 변호사는 "이렇게 장기간 고의 또는 중과실로 타인의 번호를 사용함으로서 피해를 입혔다면, 민사소송으로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현재로서는 차주가 누구인지 알 수 없지만 '성명 및 주소불상'으로 소송부터 제기하고 차량번호판을 이용해 사실조회를 신청하는 방식으로 차주를 특정하는 방법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형사처벌은 어려울 수 있다"면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처벌하려면 최소한 해당 정보 또는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하여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경우에 해당되어야 하는데, 연락처만 적혀있을 경우에는 그것 만으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처벌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유인호 변호사는 "죄명을 특정해서 형사 고소를 해야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현재로서는 차주가 어떤 인물인지 정보가 없기 때문에, 이를 알아내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일단 형사 고소 절차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일종의 '투망식' 법적 대응입니다.

유 변호사는 "차주가 타인에게 위해가 될 것을 알고도 고의적으로 했는지, 번호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고 일부러 사용했는지 알 필요가 있다"면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든 업무 방해 혐의든 일단 경찰 민원실에서 고소장을 작성해 제출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아울러 "지방자치단체나 주차 관리인 등 주정차 업무를 관리하는 사람에게 잘못된 번호로 오인하게 하여 주정차 관리업무를 방해한 점도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사연을 전한 게시글에는 "꼭 고소해서 피해보상 받아야 한다", "진짜 역대급" 등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신동규 기자 easternk@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