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을 뚝딱하는 것도 아니고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에만 보통 500만~1000만원 써가면서 준비하는데, 왜 결혼식에만 이렇게 빡빡하게 구는 건지"
"우리나라에서 결혼식 한 번하는데 돈 많이 들어가는 거 모르는 사람있나요? 정부는 결혼 장려한다면서 막상 예비 부부들은 항상 뒷전인 듯하네요."
7~8월 결혼 예정인 예비 부부들이 모인 오픈 채팅방에 올라온 수도권 거리두기 격상이 발표된 지난 9일 올라온 일부 대화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유행'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격상 방침으로 당장 7~8월에 결혼 예정이었던 예비 부부들이 대혼란을 겪고 있는 모습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새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적용해 방역 수칙을 완화하겠다던 정부가 4단계 적용이라는 초강수를 적용한 데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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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5개월 만에 재설치된 서울광장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2021. 7. 9. [박형기 기자] |
정부는 이날 오전 코로나19 확산세에 따라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최고 단계인 4단계로 격상한다고 밝혔다. 거리두기 4단계에선 결혼식과 장례식은 친족만 허용되고 ,친족 역시 49인까지만 참석 가능하다. 친족은 8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까지를 의미한다. 또 테이블 간 1m 거리두기 또는 좌석·테이블 한 칸 띄우기 또는 테이블 간 칸막이 설치가 의무다. 단 8인 이상 테이블에는 좌석 한칸 띄우기 또는 테이블 4인 기준으로 칸막이를 설치해야 한다.
이같은 정부의 발표에 7~8월 결혼 예정인 예비 부부들 사이 날벼락이란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다음주 17일 결혼 예정인 한 예비 신부는 "당장 다음주가 예식이라 이미 청첩장도 다 돌린 상태고 준비도 다 마친 상황인데 미룬다 한들 언제 코로나가 잠잠해질지도 모르고, 오신다했던 분들께 양해 연락도 다 돌려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2주만 더 일찍 잡았어도 축하받으며 원활하게 결혼할 수 있었는데 왜 하필 지금 이런 걸까 너무 애석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예비 부부는 "청첩장을 700장이나 찍고 포토부스부터 오만가지를 다해놨는데 갑자기 거리두기 격상 발표가 뜨니 너무 난처하다"며 "결혼하는 게 죄도 아니고, 왜 항상 결혼식만 잡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되는 내주 결혼 예정인 예비 부부들을 포함해 당장 이번주 결혼식을 올리는 예비 부부들도 곤란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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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격상이 유력해진 지난 8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게재된 청원글.[사진 출처 =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
일각에선 결혼식·장례식에 대한 거리두기 세부조항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모이는 백화점과 공연장 등에 비해 결혼식·장례식장은 친족만 참여 가능하도록 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란 지적이다.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격상이 유력해진 지난 8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결혼식 새로운 거리두기 세부조항 보완이 필요합니다'란 제목의 청원이 게재됐다.
청원인 김모씨는 "누구 탓도 아니고 코로나 바이러스가 엄청 위험한 것을 인지하고 그래서 현시점에서 방역이 최우선인 것도 다들 알고 있지만 너무 속상해서 글을 올린다"며 "결혼식 장례식이 새로운 거리 두기 조항이 너무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이어 "현재 결혼식 진행시 할 수 있는 방역을 철저히 하고 있어 백화점, 마트, 공연 보다 더 무탈하게 진행되고 있는 점을 참고해 주셨으면 좋겠다"며 "결혼식·장례식 경우 인원 제한을 다르게 설정을 해 부디 거리 두기 세부사항을 더 촘촘히 상황에 맞게 조금 더 합리적인 방안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또 같은 내용의 청원이 서울시 시민제안 게시판에도 올라왔다.
또 정부가 결혼식·장례식에 참여가 가능하도록 한 친족의 기준이 지나치게 혈연 중심적이란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다양한 가족 형태가 존재하는 시대에 친족만 경조사에 참여하도록 하는
오는 24일 결혼 예정인 예비 신부는 "요즘이 옛날처럼 친척들끼지 애틋한 시대냐"며 "인생에 소중한 친구들이 축하해주는 게 좋지 가족들과 사이가 안좋거나, 가족이 없을 수도 있는데 정부의 탁상행정에 화가 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정은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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