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상담 내용이면 법 위반 가능성"
"언론보도로 유추 가능…비밀 내용 아냐"
이재명 경기지사의 형 이재선 씨 관련 의료 정보를 누설한 의혹을 받고 있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여동생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A 씨가 '환자 개인정보 누설' 혐의로 처벌을 받을 것인지 의견이 분분합니다.
정신과 의사의 경우 환자 진료 사실을 외부에 알리는 것 자체가 법적으로 문제 될 수 있다는 입장과 해당 내용은 이미 언론 보도를 통해 공론화됐기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그제(4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신승목 적폐청산국민참여연대 대표가 지난달 23일 이 대표 여동생 A 씨를 의료법상 정보누설 금지 위반·형법상 업무상 비밀누설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배당받았습니다.
이 단체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인 A 씨가 이재명 경기지사의 친형 故 이재선 씨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의료 정보를 이 대표에게 누설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지난 2018년 6·13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당시 이 대표는 한 유튜브 채널에서 "제 동생이 의사인데 (이 지사의 친형 이재선 씨가) 제 동생한테 치료를 받으셨더라"며 "동생이 가끔가다 (하는 말을 들으면 이 지사의) 가족 간에 불화가 있기는 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라고 말했었습니다.
적폐청산국민참여연대는 이 발언을 의료법 위반으로 판단해 A 씨를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신 대표는 "A 씨는 의사로서 직업윤리를 망각한 채 자신이 진료한 환자의 의료 정보와 비밀을 이 대표에게 누설했고, 이 대표가 이를 언론과 방송에 2차 누설함으로써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제 동생 건은 의료 정보가 아닌 부분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에 수사 과정에서 다 밝혀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무혐의' 처분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신 대표가 고발 근거로 들은 것은 의료법 19조로, '의료인은 의료 업무 등을 하면서 알게 된 다른 사람의 정보를 누설하거나 발표하지 못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혹은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이를 두고 법조계 전문가들은 "의료 업무를 하며 알게 된 타인의 정보 기준이 다소 모호하나, 정신과 업무 특성상 A 씨는 의료법 19조를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진단했습니다.
의사 출신 성용배 변호사는 "이 씨 관련 내용 등이 추상적이긴 하지만 이 대표가 말한 내용이 진료 중 오간 상담 기록이라면 법률 위반 가능성이 있다"라고 전망했습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비상임조정위원인 정혜승 변호사도 "이 씨가 의사를 신뢰해 동생과 사이가 안 좋다는 집안의 사적인 얘기를 했다면 이를 누설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이 대표는 동생이 말한 건 의료정보가 아니라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말했으나, 누설 금지 정보 대상엔 진료 과정에서 얻은 환자의 전반적인 사적인 정보도 포함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해당 내용이 완전한 '비밀'이 아니기에 형사처벌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A 씨가 이 대표에게 이 씨의 정보를 공개한 것은 도의적으로 분명 잘못됐다"면서도 "이 대표의 발언이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정보는 아닐 수 있다. 당시 언론에서 이미 해당 내용이 보도됐었다"라고 짚었습니다.
이어 "이 대표가 말한 '형제 간 불화가 있다',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는 내용은 충분히 보도를 통해 유추할 수 있기에 의료법으로 처벌 가능한 비밀이라고 보긴 어려울 것 같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도 "해당 내용은 대중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통상적 정보"라며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이 대표를 고발한 적폐청산국민참여연대는 '문재인 대통령을 지키며, 국민이 적폐 청산에 앞장선다'는 슬로건을 내세우는 친문 성향 단체입니다.
이에 야권에서는 "언제부터 시민단체 고발 건을 이렇게 기민하게 수사했는지 잘 모르겠다"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차유채 디지털뉴스 기자 jejuflower@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