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되고 술은 안 되고?"…수도권 야외 음주 금지 실효성 논란

"마스크 벗는 건 똑같은데 왜 술만?" 지적
벌금 등 강제적 수단 없어 시행에 한계

"어차피 음식 먹을 때 마스크를 벗는데 왜 술만 금지인지 모르겠어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그제(4일) 내놓은 방역 대책에 대한 32살 직장인 지 모 씨의 반응입니다.

중대본 "수도권 확산세 막자"…시민들 "효과 없을 듯"

중대본은 그제 수도권에서는 백신을 접종한 사람도 실내·외에서 모두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내용과 함께 오후 10시 이후에는 공원이나 강변 등에서 술을 마실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을 확정했습니다.

이는 이달 들어 수도권(서울·경기·인천)에서 전체 지역발생 확진자의 80%가 나온 데 따른 조치로, 특히 2030을 중심으로 확산세가 거세지자 정부는 수도권 확산세를 억제하기 위해 이같은 내용을 담은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해당 방안의 실효성을 두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제(6일) 밤 11시를 넘긴 시각, 서울 광진구 뚝섬한강공원은 술을 마시는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한강사업본부 직원들이 계도 활동을 벌인 덕에 한강 공원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은 없었으나 남아있는 사람 대부분은 치킨, 라면 등의 음식을 먹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밤 10시 이후 야외에서의 음주가 금지된 줄 몰랐다"는 반응과 함께 "음식은 되는데 술만 안 되는 게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라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일각에서는 거리를 두고 밖에서 술을 마시는 것까지 막을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한 시민은 "작년부터 코로나19로 친구들도 제대로 못 만나고 있는데, 적어도 야외에서만큼은 편하게 술을 마실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며 답답함을 호소했습니다.

또 다른 시민도 "수도권에서 막아봤자 친구들 사이에서 휴가철에 비수도권으로 여행을 가서 놀자는 의견이 나왔다"며 "야외 음주가 아닌 비수도권 한정으로 풀어놓은 사적 모임 인원 규제를 잡는 게 우선"이라고 꼬집었습니다.

"2차 줄일 것" vs "사람 모이는 게 문제"

이러한 지적에 계도 업무를 하던 한강사업본부 직원은 "밤 10시까지 식당에서 술을 마시다가 식당이 닫으면 한강 공원에서 2차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런 사람들의 유입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가 있을 것 같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과태료를 내일부터 부과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것도 아직 정확하지는 않다"며 지자체가 단속에 근거가 되는 조례를 만듦으로써 강제성을 보강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0시 이후 야외 음주 금지 조치와 관련해 "경찰이 동행하면 단속 효과가 클 것"이라며 경찰청의 협조를 당부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해당 대책에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엄중식 가천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음주건 취식이건, 그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이로 인해 사람들이 모이는 게 문제"라며 "아무리 야외여도 여럿이 장시간 함께 있다면 그 자체로 전파 상황이 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서울시는 밤 10시 이후 야외 음주나 마스크 미착용 사례에 과태료를 처분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차유채 디지털뉴스 기자 jejuflower@mbn.co.kr]